정부, 암호화폐 섣부른 대응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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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암호화폐 섣부른 대응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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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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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비트코인이 뭐예요?” 얼마전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부 대책회의 자리에서 한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이 출입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모든 공무원이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경제부처 고위공직자가 비트코인으로 나라가 시끌벅적한 마당에 기본적인 지식도 없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암호화폐에 무지한 것은 이 공무원 뿐만 아니다.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대응 모습도 이에 못지 않게 가관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전면폐지 등을 담은 규제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같은날 청와대는 이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급거 진화에 나섰다. 박 장관이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섣부른 정부 대응이 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박 장관 발표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는 법무장관을 성토하는 글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청와대가 한 발 뒤로 후퇴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는 정부안 중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5일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12·28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며 “정부는 암호화폐 실명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경찰·금융당국의 합동조사로 엄정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방안을 정리하면 과도한 암호화폐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되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당초 거래소 폐쇄 등 초강경 규제에 나선 것은 암호화폐 거래가 과열로 치닫고 투기나 도박으로 전락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소 폐쇄까지 갔던 정부의 초강경 대응이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은 그만큼 암호화폐에 대해 무지하며 준비가 허술했다는 증거다.
 예를 들어 양도세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규제 강화책으로 과세안을 마련중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내 담당부서가 최근 두 달새 금융세제팀에서 부가가치세과로 이관되더니 올들어서는 재산소비세과로 바뀌었다. 암호화폐 거래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려야할지 부가세를 물려야할지 거래세를 물려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거래실명제의 효과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거래소를 통하면 거래 자체에 추적이 가능해 시스템상 과세가 가능하지만 사용자들끼리 암호화폐의 지갑(월렛)을 통해 직접 거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적 자체가 불가능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대응이 미봉책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블록체인을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현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사실상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일인 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부규제의 후퇴가 암호화폐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2030세대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란 점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풍랑 속 흔들리는 돛단배처럼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부대응을 보면 요즘 항간에 유행하고 있는 ‘쇼통(쇼+대통령)’이란 말이 오버랩 된다. 시류(時流)에 영합하는 정치는 우선은 사람들의 눈귀를 즐겁게 할지는 몰라도 종국(終局)에는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차분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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