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열발전소·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잠정 폐쇄
  • 이진수기자
포항 지열발전소·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잠정 폐쇄
  • 이진수기자
  • 승인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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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연관 논란 여전… 최첨단 친환경 기술 상용화 방안은 없나
▲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의 지열발전소 건설 현장에 시추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이 놓여 있다. 포항지진으로 이곳은 잠정 폐쇄된 상태다.
▲ 전국 사방담당 전문가들로 구성된 땅밀림 조사팀이 포항시 북구 용흥동 인근 산에서 땅밀림 원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지진 여파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전통시장에 손님 발길이 끊어져 한산하다. 뉴스1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포항의 모습을 일시에 바꾸어 놓았다.
지진에 따른 공포와 불안, 건물 파손 등으로 인한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과 수많은 이재민들이 속출했다.
지진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일부 이재민들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등 곳곳에 지진의 상처가 남아 있다.
이러한 지진의 한 켠에는 최첨단 친환경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채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진 발생의 인과 관계로 논란이 된 ‘지열발전소’와 ‘이산화탄소(Co2) 포집 저장기술(CCS)’이다.

 △ 국내 최초 지열로 전력 생산하는 지열발전소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땅밑 온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곳이다.
 국내 대부분 전력 생산은 원자력 일변도이다. 부분적으로 풍력·태양광을 활용하고 있으나 땅속의 높은 지열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지금까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국내 최초의 포항 땅속 전력 생산은 지역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기대가 상당했다.
 지질조사에서 포항 일대는 지열이 무려 180도로 국내에서 땅속 온도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정부 주도에 따라 넥스지오를 비롯한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434억원(국비 185억원, 넥스지오 등 민자 249억원)을 투자했으며 포스코도 각종 설비를 제공했다.
 2012년 9월 첫 시추에 들어갔다.
 지열발전은 비교적 단순한 원리다. 먼저 발전 가능한 지열이 있는 땅속으로 구멍 두 곳(주입정·생산정)을 뚫는다.
 한쪽 구멍(주입정)으로 물을 넣어 땅속 지열로 물이 데워지면 다른 구멍(생산정)으로 끌어올려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면 전력이 생산되는 시스템이다.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불리는 이 사업은 인공저류 지열발전 방식(EGS)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다. 화산지대인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오래전부터 지열 발전을 해 왔다. 보통 2㎞ 정도만 시추해도 되기에 비교적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비화산지대는 지하 4㎞ 이상 뚫을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당시 넥스지오 윤건신 박사는 “땅속 4㎞ 이상 뚫는 등 인공저류 지열발전 방식은 아시아 최초”라고 했다.
 지열발전소는 우선 1.2㎿의 전력을 생산키로 했다. 1000여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설비용량이 향후 6.2㎿로 늘어나면 무려 6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수 있으며 2020년에는 20㎿까지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던 것이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소와 관련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지하 암반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져 지진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아직도 인과 관계에 대한 논란이 상당하지만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진앙과 500m에 불과한데다 전력 생산을 위해 땅속 4㎞ 지점에 물을 주입한 직후 소규모 지진이 60여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지열발전소 폐쇄를 요구했으며 포항시도 최근 시민 안전을 위해 정부에 지열발전소 폐쇄를 거듭 촉구했다. 지열발전소는 현재 잠정 폐쇄된 상태다.
 
 △ 온실가스 감축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기술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주범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세계가 노력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그리 크지 않는 현실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6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CCS)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이 기술은 철강, 정유, 발전 등 화석연료를 연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별도의 분리와 포집을 거쳐 땅속이나 바닷속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차세대 친환경 프로젝트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연간 3000t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파일럿(실험용) 설비를 갖추고 연구와 실험을 하는 등 대규모 투자와 노력을 들었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포스코가 선두다.

 포스코는 그동안의 연구개발로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이를 저장 장소에까지 옮기는 운송 기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저장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고, 저장 장소 확보 및 이산화탄소 누출에 따른 안전성 등의 문제로 상용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15년 11월 16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동해 울릉분지 주변 해역지층에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간 100만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수송·저장해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는 사업을 비롯해 약 10년간 해양 CCS 인프라 구축과 운영 등에 총 7225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영일대해수욕장의 바다 사이,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각각 해상 및 육상에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이 들어섰다.
 충남의 보령화력발전소에서 포집·수송한 이산화탄소 100t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올 2월 저장됐으며 내년부터는 연간 수천t의 이산화탄소 저장이 성공하면 정부는 이후 먼 바다에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 건설 외에 포항분지 해저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주입공 시추 작업도 지진 발생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에 필요한 설비 및 장비가 철수되면서 이 사업 또한 중단됐다.
 
 △ 지진의 안전과 신기술 활용하는 상생 방안 모색
 지열발전 및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기술은 기존의 전력 생산이나 온실가스 감축 방법에 비해 획기적인 친환경의 첨단 기술이다.
 둘다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추진됐다.
 공교롭게도 장소가 포항이며 상용화를 앞두고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원인을 놓고 지열발전에 따른 시추 작업 과정에서의 영향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제시되자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부푼 꿈이 한순간에 지진 ‘원흉’으로 탈바꿈했다.
 지열발전소는 완공 90% 상태에서 멈췄다. 당초 계획은 올 초 시험 가동후 주택에 전력을 공급키로 했다.
 사업 주관사인 넥스지오는 “지난해 9월 18일 1차 물을 주입했는데 지진은 두 달 뒤인 11월 15일 발생했다”며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가운데 지열발전소를 잠정 폐쇄로 몰고간 것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는 최근 “지진과 지질발전소의 인과 관계를 조사하는 조사단의 조사를 받아 들이겠다. 또 조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지진은 불시에 닥치는 천재지변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가져오는 끔찍한 재앙이다. 지진 후 트라우마도 상당하다.
 포항시가 정부에 지열발전소 및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의 즉각적인 폐쇄를 촉구한 것도 이같은 차원이다.
 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인과 관계 확인은 둘째치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정부 및 국회재난특위 위원들에게 지열발전소 및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의 즉각적인 폐쇄를 건의했다.
 이 시장은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에 대한 강력한 폐쇄 촉구는 지금까지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고 안전한 도시 조성은 물론 ‘시민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시정 방향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해 곧 정밀조사를 착수할 계획이며 정밀조사 과정을 공개해 시민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사 기간은 1~2년 정도 걸린다.
 정부 조사 결과 이번 지진이 지열발전소 가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명날 경우 지진 피해 발생에 따른 책임 소재 및 배상 등 2차적인 문제가 발생된다.
 반면 지열발전소와 지진 사이의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포항시민들의 불안 및 불신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피해 및 이재민 속출에 이어 또 다른 엄청난 ‘지진 휴유증’이 예고된다.
 그리고 많은 연구진들이 수십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연구개발한 최첨단 친환경 기술이 자칫 한순간에 묻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자는 “지진으로부터 가장 우선적인 것은 시민의 안전이다”면서도 “연구개발한 첨단 기술이 한순간에 사장되는 것은 큰 손실이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진으로부터의 안전과 함께 지열발전 및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기술이라는 획기적인 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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