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화재참사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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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되는 화재참사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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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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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또다시 대형 화재참사가 터졌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변이 빚어졌다. 40명이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이후 9년 만의 최악의 화재참사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화재발생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된 불은 2층 이상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중앙계단을 타고 급속하게 퍼진 연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만약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더라도 이같은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1층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잠겨져 작동되지 않은 바람에 29명이나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진 것과 판박이다.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자가 아니었다. 2014년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를 계기로 이듬해 정부는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소방시설을 강화하는 법률을 개정했다. 2015년 7월부터 신축 요양병원의 경우 바닥 면적 합계가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했다. 일반병원은 층수가 4층 이상이고 한 층의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세종병원은 이 기준에 미달돼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허술한 현행 법체계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이다.
 밀양 화재참사 하루 만인 27일 대구에 있는 신라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병원 내 중환자 8명 등 환자 35명은 병원 관계자와 소방관들의 신속조치로 무사히 대피해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병원에도 역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하마터면 큰 인명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 병원은 지하 1층, 지상 6층짜리 건물로 밀양 세종병원처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에 83명, 세종요양병원 94명 등 총 177명의 환자가 있었다고 했다. 인명피해는 5층짜리 병원 1, 2층과 4층에서 나왔다. 요양병원에서는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불이 인접한 요양병원으로까지 번졌다면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요양병원에도 스프링클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서는 세종병원과 접해있는 세종요양병원의 경우 관련 법이 개정된 이후 올해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이번 주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만료 시한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이다. 병원측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제천 화재참사 이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부는 재난통신망 구축, 112·119 등 통합운영체계 개선, 기업의 안전관리 강화 유도 등 건설·교통사고 사망자와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힘쓸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불과 한 달 여 만에 인재로 인한 더 큰 참사가 터져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도 이구동성으로 소방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를 다짐했으며 소방당국도 다중시설에 대한 일제점검과 화재발생시 초동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민관 합동 TF까지 운영에 들어갔지만 결국 헛구호였다.
 건물주의 안전불감증, 정부와 소방당국의 안이한 대응,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구호 속에서 되풀이 되는 인재에 의한 대형 재난사고로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사회 전반에 켜켜이 쌓여온 안전불감증이 주원인이다. 이러한 적폐를 걷어내지 않고서는 계속되는 재앙을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세종병원 화재참사에 대한 철저한 원인과 책임규명을 통해 병원측의 잘못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일벌백계로서 다스려야 하다. 또 이를 계기로 일반병원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상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더욱 엄격한 소방안전조치 이행과 미비한 소방법 개정에도 적극 나서 다시는 인재에 의한 재앙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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