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의 ‘나도 피해자’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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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의 ‘나도 피해자’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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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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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지난해 말 전 세계적으로 ‘미투 캠페인’이 순식간에 번졌다. SNS에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나도 피해자(me too)’라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성 배우와 자신의 회사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파문을 낳은 가운데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하며 시작됐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을 성공시켜 30여년간 할리우드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하비 웨인스타인이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펠트로 등 수많은 여배우들을 성추행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그의 할리우드 인생은 종언을 고했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 영화종사자들은 미국내 성폭력 성차별에 공동대응하는 단체인 ‘타임스업’을 결성했으며 성폭력 피해경험을 공유하는 ‘미투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 캠페인의 무풍지대였던 대한민국에도 드디어 상륙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을 집행한다는 검찰에서 시작돼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직 여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사건이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2010년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과 글을 남긴 것이다. 글에는 조직 내에서 목격한 부조리한 일상의 단면들이 소설 형식을 빌려 소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서 검사는 종편채널 뉴스룸에 직접 출현해 사건 전말을 폭로했다. 

 당사자인 안태근 전 검사장은 이에 대해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면 다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다만 그 일과 관련해 사과요구를 받은 일은 없으며 해당 검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 은폐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도 서지현 검사가 사건 당시 스스로 문제제기를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도대체 누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냐”고 부인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성범죄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후배 여성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면직 처분됐고, 2015년 서울북부지검에서도 부장검사가 회식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껴안았다가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목포지청 검사가 동료 여검사에게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 2011년에는 현장 실무교육 중이던 여성 사법연수생을 성추행한 검사들이 대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삼고 폭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예전부터 성범죄가 빈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은 적격심사와 감찰을 강화하고 해당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우리 사회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검찰이 내부가 썩어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성범죄는 우리사회에서 폭넓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를 수호한다는 검찰에서 여검사를 상대로한 성범죄가 버젓이 벌어진다면 놀라운 일이다. 특히 검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8년을 참으면서 침묵을 지켜야 했다면 다른 분야의 여성은 오죽하겠는가.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수사 등 검찰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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