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수록 꼬이는 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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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수록 꼬이는 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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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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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빠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3조원을 들여 내놓은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일자리안정기금을 신청을 신청한 사업장은 1만6508곳, 근로자수는 3만9057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 기금 지원을 받는 사업체수를 100만여곳, 근로자수를 300만여명으로 예상했지만 사업 시작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예상보다 신청이 저조한 데 대해 1월분 월급이 지급되는 2월에는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달 중순까지는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자리안정기금이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자 정부는 사실상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신청이 저조한 원인을 홍보부족에 두고 기금 알리기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보다 졸속으로 추진한 탁상행정의 결과로 풀이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한 분식집을 찾았다가 종업원과 입씨름한 일이 있었다. 종업원은 “요즘 장사가 안 돼 짜증나 죽겠다”며 “장사가 잘돼야 임금이 올라가도 마음이 편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장 실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안정대책으로 소상공인들에게 근로자 1인당 매달 13만원씩을 지원해주는 일자리안정기금에 대해 설명하자 종업원은 “신청하면 뭐가 따르는 게 있겠죠. 신청한다고 그냥 다 주겠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 실장은 신청하면 다 주는 것이며 의심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신뢰를 잃었으면 그것을 직접 설명하러 온 청와대 고위인사를 상대로 종업원이 문전박대를 하며 말씨름까지 벌였으니 가관도 이만한 가관이 없다. 장 실장이 의심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종업원의 우려가 옳았다.

 일자리안정기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다 정부 지원액보다 보험가입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영세사업장의 경우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켜가며까지 기금 신청을 할 이유가 없다. 한시적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4대 보험에 가입을 하게 되면 수입보다 당장 나가는 돈이 더 많아져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사업장이 전체의 13.6%에 달하고 이 중 10인 미만 업체가 70%에 육박했다. 이 통계가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되기 전 지표임을 감안하면 올 들어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체 수는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불법에 해당하지만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 사업주들이 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인상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리라고 기대한 것은 애초에 잘못된 판단이었다.
 또한 기금 지원이 올해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라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울며 겨자먹기’로 신청한 기금이 내년 이후부터 지원이 중단되면 영세사업주는 최저임금과 4대 고용보험 가입 부담만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인 일자리안정기금 신청을 꺼리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는데 대해 관계 장관들을 공개 질타했다. 정부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지시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선 청년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고위인사들이 거리를 누비며 기금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면밀히 들여다보고 개선할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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