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개띠 해’ 우리사회의 초상(肖像)
  • 모용복기자
‘황금개띠 해’ 우리사회의 초상(肖像)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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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황금개띠의 해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이제 이틀 후면 전 세계 90여개국 3000여명의 선수들이 27일간 한바탕 아름다운 경쟁을 펼칠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남과 북 선수들이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하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한다. 또한 예술인, 스포츠 선수 등이 서로 오가는 등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강토(疆土)에 모처럼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황금개띠의 해’에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이 상승할 상스러운 징조다.
 개의 해여서 그런지 올해 시작부터 개에 관한 잇단 미담(美談)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6일 군위군 고로면에서는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자 개가 주인을 깨워 화를 면하게 했다. 집주인 노부부는 잠을 자던 도중 평소보다 시끄럽게 계속해서 짖어대는 개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와 보니 집이 불에 타고 있었으며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줄에 묶여 있던 개는 안타깝게도 화마에 희생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현대판 오수의 개’라며 주인을 살리고 죽은 개의 죽음을 슬퍼하고 충성심을 기렸다고 한다.
 큰 소리로 짖어 주인을 살린 개와는 반대로 짖지 않은 개 이야기도 화제다. 지난달 18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 있는 한 식당에서 간이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31만원이 털렸다. 식당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식당 안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 분석에 착수했다. CCTV에서는 패딩점퍼를 착용한 용의자가 현금을 훔친 뒤 도주하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용의자가 마스크와 모자로 자신의 모습을 꽁꽁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식별할 수 없었다. 난감해 하던 경찰은 식당에서 기르고 있던 진돗개가 용의자를 보고도 짖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가 이 식당과 연고가 있거나 자주 방문하는 사람으로 특정해 추적 끝에 붙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사결과 이 20대 범인은 지난해 9월까지 이 식당에서 일했던 직원으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그가 온갖 위장술로 CCTV는 피할 수 있었지만 영리한 진돗개의 눈은 피해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만하면 개의 충성심과 분별력이 인간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파렴치범이나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개 같은 놈’이라 부른다. 딸을 시켜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도 모자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영학이나, 재가(再嫁)한 어머니의 돈을 노리고 일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한 김성관이 그런 부류이다. 하지만 이들은 ‘개 같은 놈들’이 아니라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다.
 3살 난 아들이 방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갖은 학대에다 심지어 개목줄을 채워 죽게 만든 그 부모는 똑같이 개목줄을 채워 개처럼 살게 해야 한다. 그들은 아마 개목줄에 채워져 개처럼 밥을 먹고 집 마당 한 귀퉁이에서 하루종일 지내야 한다면 며칠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인내가 어찌 개만 하겠는가.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아동학대니 성폭행이니 살인이니 하는 강력범죄들이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를 장식한다. 그 악랄하고 흉포한 범죄행태에 치가 떨린다.
 어찌 흉악범죄 뿐이랴. 소위 지체 높고 권세 있는 양반들 중에도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허다하다.
 자신의 입신(立身)을 위해 온갖 악랄한 고문으로 간첩누명을 뒤집어 씌워 수많은 사람의 일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파렴치한 경찰과 검사들, 재판정에서 고문 피해자들의 피맺힌 호소에는 눈감고 권력에 빌붙어 일신(一身)의 보전과 영달(榮達)에만 눈을 돌렸던 판사들. 이들의 눈엔 억울한 누명으로 하루하루 ‘개만도 못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웃기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너무나 뻔뻔스런 그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높은 곳에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형성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개만도’ 못하게 벌어 정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개는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로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지내왔지만 항상 찬밥신세였다.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개를 따라가면 칙간으로 간다’ ‘삼 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을 문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등등 동물 가운데 개와 관련된 속담이 유독 많은 것은 그들이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대부분 개를 비하하는 내용 일색이다. 충성심이 강해 주인을 배반하는 일이 거의 없고 주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동물은 개가 거의 유일한데도 말이다. 이는 아마도 개가 인간이 먹고 남은 음식이나 배설물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범이나 심지어 사자까지도 죽일 수 있는 강한 턱을 가진 하이에나가 가진 힘에 비해 저(低)평가 받는 것이 아프리카의 청소부이기 때문인 것처럼.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넘쳐나는 시대. 걸핏하면 말종(末種)들과 비교하는 인간들에게 개들은 이제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그만 하라’고 짖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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