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마저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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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마저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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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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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세계의 대부분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에게 고개를 숙인다.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애플 제국’이라고 불리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시 주석이 집권2기를 열자마자 중국으로 날아가 “시 주석의 리더십이 사해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구 언론은 쿡 CEO가 ‘시비어천가’를 불렀다며 시 주석이 아니라 ‘시황제’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마 바티칸의 교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오히려 아부를 해야 한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외에 시 주석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인물이 바로 로마 바티칸의 교황이었다. 직함부터 다르다. 교왕이 아니라 교황이다. 교회의 왕이 아니라 교회의 황제라는 뜻이다. 일단 직함부터 중국의 시황제와 비견되는 수준이다. 로마 교황청은 비록 로마제국은 망했지만 1000년 이상 서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정신의 제국’인 셈이다.
 교황은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아버지다. 시 주석도 13억 중국인의 아버지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 로마 가톨릭과 중국 공산당일 것이다. 모든 권력이 교황과 주석에게 집중돼 있다.
 그동안 교황은 중국에 전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교황이 중국에 자존심을 굽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로마 교황청이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한 주교 7명을 정식 승인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바티칸이 임명한 성직자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천주교 주교를 임명해 왔다. 이른바 ‘자선자성(自選自聖)의 원칙’이다. 이 때문에 중국 가톨릭은 관영 천주교인 ‘애국회’와 바티칸이 승인한 ‘지하 교회’로 분리돼 있다. 그런데 로마 교황청이 중국 공산당이 임명한 애국회 주교들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의 WSJ은 이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는 제목을 뽑았다.

 이는 교황청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교황청이 이같이 양보한 것은 중국에 가톨릭 교도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먹고살게 됐다. 그러나 경제개발에서 소외된 계층이 생겨났다. 이들이 마음의 안식처를 찾으면서 최근 각종 종교가 급격히 세를 넓히고 있다. 현재 중국의 가톨릭 신도는 최대 1200만명, 개신교는 4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신자수가 정체돼 있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에 따르면 2050년이면 이슬람에게 추월당할 전망이다.
 이는 서구권의 탈기독교화가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제의 신작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지적한 대로 서구인들은 더 이상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그는 서구인들은 ‘인간’의 과학을 믿으며, 과학의 도움으로 스스로 하느님이 되려 한다고 갈파했다.
 갈수록 교세가 약해지는 로마 가톨릭 입장에서 중국은 새로운, 거대한 시장이다. 교세를 확장할 신천지인 것이다.
 중국 정부도 바티칸과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을 인정하면 종교에도 약간의 자유를 부여한다. 이미 전례도 있다.   
 티베트 불교다. 티베트 불교는 크게 4개의 교파가 있다. 이 중 주요 종파가 관세음보살의 현신인 달라이 라마를 추종하는 세력과 아미타불의 현신인 판첸 라마를 추종하는 세력이다. 달라이 라마를 추종하는 그룹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인도 다름살라로 망명했다. 그러나 판첸 라마를 추종하는 그룹은 중국 공산당과 타협해 지금도 티베트에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
 바티칸과 중국이 수교를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황과 황제가 화해하면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 평화를 위해 나쁠 건 없다.
 그러나 이를 한사코 거부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대만이다. 바티칸은 1951년 대만과 수교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하려면 먼저 대만과 단교해야 한다. 대만은 갈수록 세계에서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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