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성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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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삼성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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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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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장한 범죄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일부 유죄로 인정된 혐의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유전무죄 부활이라든가 재벌 봐주기라는 시각에서부터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든 사건이었다는 시각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대법원의 판단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지나친 논란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삼성이 해야 할 일은 우선 상고심에 성실하고 철저히 임하는 것이다. 일부라도 유죄가 인정됐다. 집행유예는 무죄라는 뜻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판단이 달리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위법행위에 연루되면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글로벌 주주들이 많다.
 이 부회장이 일단 석방돼서 기업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몸만 자유로워진 것뿐이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와 재판 과정에서 한 중대한 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 말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언론, 사회단체나 주주들에게는 하나하나 복기되면서 앞으로 회사의 경영에 엄중한 테두리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어쨌든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사업·지배구조의 정비, 경영권 승계 등 모든 문제가 국민과 고객, 투자자들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바로 그 문제와 맞물려 있다.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의 앨런 그린버그 전 회장은 시골에서 보따리 하나를 들고 뉴욕으로 상경할 때 부친으로부터 평생 세 가지를 명심하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첫째 부자와 척지지 마라, 둘째 몸이 불편한 사람을 못살게 굴지 마라, 셋째는 여기에 옮기기 부적절하다. 여기에 비유해 본다. 삼성은 국가와 국민과 척지지 말 것.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게 못되게 굴지 말 것. 그 두 가지다.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있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로 옮겨야 한다. 삼성이 종종 벤치마킹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은 20세기 초반의 거친 사회주의적 분위기 하에서도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을 통한 가족의 경영권 확보를 이루어냈다. 국민과 노동계가 발렌베리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믿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약자들과 공생하는 기업으로서 해야 할 일들도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삼성은 협력업체에 야박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진위 여부를 잘 알 수 없지만 불식해야 한다.
 삼성은 국내 최대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 큰 사회적 문제인 직장 내 성추행·희롱, 남녀차별에 대해 선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베스트 프랙티스’로 자리 잡아 삼성이 사회적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진정한 경영권은 결코 지분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 법은 회사의 주주에게 회사에 대한 여하한 소유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경영권은 회사 안팎을 둘러싸고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는 법률적·사회적 계약의 총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식에만 의존하려는 경영권이 얼마나 어렵고 취약한지는 이번 사건으로 잘 드러났다.
 많은 언론이 이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의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 때라고 한다. 평창행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물론 해야 하고 급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기왕에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 근본적인 문제에 조금 더 시간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국민과 주주가 알고 싶은 것은 삼성과 이 부회장이 얼마나 변했는가다. 그것부터 보여주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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