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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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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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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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 포항명성교회담임목사
▲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우리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음력1월 1일)이 다가온다. 설날이 다가오면 언제나 고향이 그립다. 청소년시절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지금 생각해도 흑백사진처럼 서민적이었다. 그리고 동네 도랑에서 돼지 잡는 풍경은 큰 구경이었다. 그날 저녁 가마솥에 돼지고기를 익혀서 돼지국물과 함께 먹었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린 시절은 시골에 목욕탕이 없었다. 설날이 오면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온 식구가 방에서 목욕을 했다. 설날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상천국이었다. 세배돈으로 구판장에 가서 장난감을 샀다, 그리고 떡국, 설빔, 얼음썰매타기, 팽이 돌리기, 자치기, 연날리기 등은 아직도 그립기만 하다. 
 설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낯설다’의 설에서 어원을 찾아 새해 첫날에 대한 낯설음이라는 뜻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전혀 낯선 새해를 감사함으로 맞이해야 한다.
 둘째 ‘설날’이 장이 선다는 말처럼 새날이 시작된다는 뜻으로 선날이 설날로 변했다는 가설이다. 장이 선다는 것은 먹거리들이 풍성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설날 전에 서는 장을 가리켜 대목장이라고 부른다. 설날은 평소 먹지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기에 늘 장이 서는 날이 기다려지곤 했다.
 셋째, 삼가다라는 뜻의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아 새로운 해에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모든 행동을 조심하라는 뜻도 있다. 그런 것 같다. 설날은 새로운 결심과 마음 다짐을 통해 말과 행동도 조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나이가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철이 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설날을 맞이하여 고향으로 찾아가는 인생은 무엇일까?
 첫째로 인생은 이 세상에서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는 나그네이다. 성경은 나그네(객)나 거류민 이방인이라는 단어들이 자주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을 떠나 광야를 거쳐 가나안땅까지 가는 나그네 생활이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언하였으니”(히11:13)
 이 세상은 임시처소다. 영원한 거처가 아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얼마동안 살다가 떠나가는 나그네인생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고 난 다음에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천국이 있다. 설날을 맞이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우리 인생도 죽음 이후에 영원한 본향이 있다.  
 둘째로 인생은 눈 깜짝 할 사이처럼 잠시 잠깐이다. 성경은 인생을 가리켜서 안개와 같다. 풀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렇다 인생은 초로인생이다. 유년 시절은 아침과 같고 청년 시절은 낮과 같고 장년 시절은 저녁과 같이 잠깐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셋째로 인생은 이 세상을 떠나 갈 때 모든 것을 남겨 두고 가야 한다. 호텔이나 모텔이 아무리 시설이 좋고 음식이 좋아도 하루 묵고 난 다음에는 나와야 한다.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가지고 떠날 갈수 없습니다” (딤전6:7)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나그네와 같다. 
 나그네는 객지에 있는 사람이다. 다시말해 방랑객이란 뜻이다. 나그네는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임시처소에 불과하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는 표현을 쓴다. 우리 인생은 이 땅에 잠시 살다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인생은 항상 짐을 싸고 돌아갈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세상에서 여행객이다, 손님이고 방문객이다. 외국인으로 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에게 이 땅은 영원한 곳이 아니다. 인간은 얼마동안 이 땅에 살다가 모든 것을 뒤에 두고 하늘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마치 설날을 맞이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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