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반드시 울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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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반드시 울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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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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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세상이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자기의 뜻을 펴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로 떠돌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몹시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와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고어(皐魚)라는 사람이 곡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자가 우는 까닭을 물어보니 그가 말하길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은 부모를 모시고자 하지만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子欲養而親不待)
 지나가면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往而不可追者年也)
 떠나면 아무리 뵈려 해도 뵐 수 없는 사람이 어버이라 하였습니다(去而不見者親也)
 말을 끝마친 고어는 그예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 모습을 본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기억해 마땅히 경계로 삼으라고 가르쳤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일컫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에서 생겨났다.
 요즘은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지 못해 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일찍 죽지 않아 우는 세상이 됐다. 재산을 일찍 상속해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무참히 살해하는 패륜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재산을 물려받은 후에는 부모를 홀대하거나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하고도 성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을 몽땅 물려주는 바람에 노인이 된 부모는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5세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 10.6%의 4배 수준인 42.7%로 38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76세 이상은 무려 60.2%에 달해 역시 OECD 평균 14.4%를 크게 웃돌았다. 노인자살률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난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주소다.
 예로부터 효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온 우리의 미풍양속도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자식에게 효도를 받으려면 재산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자식에게 재산을 한 푼도 안 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무서워서 죽고, 다 주면 굶어서 죽는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이 정도면 자식이 아니라 웬수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죽느니 사느니’하며 애원하는 자식을 그저 외면 만은 할 수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그래서 효도와 부양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쌈짓돈을 덜컥 내놓은 후엔 자식으로부터 외면 당하거나 심지어 버림을 받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효도를 법으로서 강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겠는가.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발의한 민법 개정안, 일명 ‘불효자 먹튀 방지법’이 화제다. 이 법은 자녀가 재산을 증여 받고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범죄를 저지를 경우 증여 받은 재산을 전부 돌려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민법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증여를 해제할 수는 있지만 이미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독일 민법처럼 불효자의 경우 이미 물려받은 재산을 부당이득으로 본 것이 기존과 다른 점이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자녀가 부모에게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학대, 모욕을 저지르면 재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도록 민법에 규정해 놓고 있다. 노인이 처한 현실이 이들 국가들보다 훨씬 열악한 우리도 불효자를 방지하기 위한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불효자 먹튀 방지법’ 입법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한 차례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처분 되고 말았다. 정쟁(政爭)과 국회의원들의 안이한 현실인식이 빚은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인륜(人倫)의 근본인 효가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패륜범죄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재가(再嫁)한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김성권은 돈에 눈이 먼 자식이 부모를 상대로 얼마나 흉포한 패륜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륜(天倫)을 법으로 어찌하랴 하는 안이한 대응 속에서 우리사회 노인들은 가난과 악독(惡毒)한 자식의 횡포라는 이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불효자 문제는 이제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사회가 적극 나서서 불효를 엄단해야 한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께 보은(報恩)은 하지 못할지언정 패륜행위를 일삼으며 부모의 재산을 마치 제 것인 양 강탈하려는 불효자는 반드시 울게 해야 한다. 부모에 감사는 고사하고 재산만 탐낸다면 이미 그는 자식이 아니라 강도에 불과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많은 자식들이 고향을 찾아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그동안 못다한 가족의 정을 나눴다. 아직까지는 불효자보다 효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 하지만 갈수록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으며 고향을 찾기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미풍양속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의문이다. 설 명절을 보내며 현대사회에 있어 바람직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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