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의 이중 노림수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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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의 이중 노림수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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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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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어제 귀환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5일 평창올림픽 폐막식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 밝힌데 이어 그저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에서도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으로 했다는 뜻인지 아니면 물밑접촉으로 미국과 얘기했다는 뜻인지 불명확하다. 양쪽 다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여정 부부장 일행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 때 미국에 대해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던 입장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김영철 등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때 미국통인 최강일 뿐 아니라 전문통역사를 대동했다는 점에서 워싱턴포스트(WP) 등 해외언론과 국내 일각에서도 양측이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전후로 물밑접촉을 가진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북미간 어떠한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림픽 개막식 전후로 해서 펜스 미 부통령이 북한과의 접촉을 타진했으나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회동이 불발된 이후 연일 대미 비난을 쏟아내던 북한이 이처럼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태도로 급선회한 것은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미국의 제재를 완화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2단계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힌 지난 23일 미국은 사상최대 규모의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선박, 해운사, 무역업체 56곳이 무더기로 제재명단에 추가됐다.
 한 번에 이만큼 많은 대상이 제재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날이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모면하기 위해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그들의 의도대로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사상최대 규모의 대북제재를 단행한 다음날 새라 하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방한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대화하려면 비핵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 게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대미제재를 회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를 이용해 비핵화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이번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고위급 대표단으로 보낸 것도 저의(底意)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만약 그가 방남한다면 남측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김영철을 남으로 보냈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의 방남을 저지하기 위해 경기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밤샘농성을 벌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천안함 46용사의 죽음을 외면한 채 김영철을 비호하려 든다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체제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대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국당에 대해 “온 국민이 힘들게 유치했던 국가적 대사에 재나 뿌리고 훼방을 일삼은 행동은 반드시 심판 받을 것”이라며 “민심을 내팽개치고 장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평창올림픽 성공 분위기를 색깔론으로 물타기 하려는 저열한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김영철의 방남으로 찬반으로 갈린 남한 정치권은 서로를 향해 고강도 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웃고 있을 사람은 바로 김정은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문재인 정부가 김영철의 방남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이용해 남남갈등을 부추겨 평화든 적대든 일사불란한 대북대응을 약화시켜보려는 전술적 책략임이 명백하다. 밖으로는 대미대화를 통해 하루 빨리 제재를 완화시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심각한 내부 동요를 봉합하고 안으로는 남한의 갈등상황을 유도해 비핵화 요구를 흐지부지하게 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김정은의 착각이다. 비록 북미대화가 성사된다 해도 비핵화에 대한 뚜렷한 진전 없이는 미국은 결코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쉬운 점은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김영철 일행에게 군사도로인 ‘전진교’로 우회시켜 임진강을 건너게 하고 워커힐호텔로 이동할 때는 교통신호 변경과 호텔 진입로 검문검색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
 또한 김영철 일행을 위해 KTX 특별열차를 편성하기까지 했다. ‘천안함 원흉’의 방문을 위해 정부가 과잉 의전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저자세가 김정은의 허장성세를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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