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관객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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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관객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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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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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울지마’ 민병훈 감독
 
민병훈 감독이 6년 전 완성한 두 번째 장편영화`괜찮아, 울지마’(제작 영화공간)를 관객 앞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2000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을 시작했지만 한창 찍고 있을 때 제작비 지원이 끊겼다. 빚을 내 겨우 완성,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그리스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받는 등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판권을 가진 제작사가 사라지면서 막상 개봉을 하지 못했다.
 민 감독은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나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게며칠 전 언론시사회가 처음이었다”며 “관객과의 소통이란 의미에서 극장(개봉)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꼭 100만, 200만 명이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죠. 단 한 명이라도 사람을 위로하고 삶의 기쁨을 주면 됩니다. 영화제에서 상 받는 것은 세계에 보여준다는 기회일 뿐이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영화제용 감독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을 받으면짐 하나를 더 얹는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이 이 영화를 이해하고 위로받기를 바라는 거죠.”
 `괜찮아, 울지마’는 입만 열면 허풍인 우즈베키스탄의 한 젊은이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고향에 돌아와 가족을 만나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민 감독은 2000년 그루지야 공화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거짓말을 술술 늘어놓는 베짱이 같은 젊은 친구를 만난 뒤 이 이야기를 구상했고 우즈베크 국경의 호바마을에서 현지 배우들과 촬영을 했다.
 “물론 한국에서 영화를 찍으면 더 편하고 안전했겠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척박한 땅에서 희망을 찾는 영화입니다. 모티브를 찾은 곳에서 영화를 찍어야 정서를 살릴 수 있지요. 주제로만 따지면 강원도 정선에서 찍을 수도 있었겠지만 관객이 공기의 흐름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우즈베크에서 찍어야 했어요.” 국제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은 그의 데뷔작 `벌이 날다’와 이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두려움 3부작’으로 묶인다.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찾는 주인공들을 그린 이 세 편의 매력은 뜬금없는 기적이 아니라 묵묵히 다가오는 희망으로 맺어지는 결말이다.
 “’괜찮아, 울지마` 촬영 때 가장 먼저 찍은 부분이 바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많은 영화가 막연하게 희망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줘야 하는 희망은 갑자기 찾아오는 기적이 아니죠. 희망이란 내가 결심을 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영화에서 그가 쓰는 화법은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피해가지 못한다. 조용히 흘러가다 관객에게 문을 열어 놓은 채로 막을 내리는 그의 영화들은 한 편으로는 울림을 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좀 더 친절해질 생각이 없느냐고요? 그게 바로 타협이라는 건데 감독이 타협을하는 것은 관객에 대한 기만이에요. 관객에 대한 존중은 자기 내면과 자기 세계를 더 깊게 만드는 거죠. 친절함을 무기로 소통을 하려 하는 것은 함정에 빠지는 일입니다.”
 그는 “개봉하기 전에 이미 내 영화의 스코어(관객수)가 나온다”고 말했다. 성공한 상업영화들은 수백 개 스크린에 내걸려 수백만 명의 관객을 만나지만 단관 개봉하는 그의 영화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치다. 그럼에도 그는 “관객이 돈을 내고 내영화를 보러 오니 나는 분명 상업영화 감독”이라고 말했다.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지만 대중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100만, 200만 명만 대중일까요? 시스템을 핑계로 (상업영화를)합리화하는 것이죠. 영화산업이 발전했을지 몰라도 영화 환경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영화를 가치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게 된 거죠. 대안이 있는 환경, 다양성이 있는 환경이 돼야 합니다.”
 그의 차기작은 `천국의 향기’다. 그는 `두려움의 3부작’을 끝내고 `향기 3부작’을 시작하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는 다 완성했고 이제 어떻게 해서라도 투자를 받아 만들려고 하는 중이죠. 몸에서 향기가 나는 13살 천재소녀의 이야기인데 눈물을 쏟게 하는 영화가 될거예요. 화면에서 향기를 표현해 내는 것이 이번에 저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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