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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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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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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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종 뉴스1 고문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요즘 베트남으로 눈길이 간다. 베트남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벌어질 일이 관심을 끈다는 얘기다.
 베트남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2 수출국이 되었다는 뉴스는 적이 놀랍다. 비슷한 맥락으로 한국이 베트남에 직접투자를 제일 많이 한 나라가 되었다. 과문(寡聞)한 탓으로 이런 사실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가 45년이 되었지만, 마음엔 이 나라가 아직도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었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베트남은 가난한 나라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GDP)이 올해 3만달러를 돌파하는데, 베트남은 2385달러(2017년 기준)로 세계 187개국 중 135위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로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중국에 비하면 크게 뒤졌지만,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개혁) 정책을 내걸고 시장경제체제를 정착시키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6.7%였다. 서방의 언론과 연구기관들은 올해 베트남의 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합창한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면서 무역전쟁의 와중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는 별로 타격을 받지 않고 탄탄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트남은 아직 가난하지만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땅은 남한의 3배이고 인구는 9500만명이다. 남북의 길이가 1600㎞이고, 남중국해를 맞대고 있는 해안선이 3200㎞나 된다. 말라카 해협을 통해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동중국해의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또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부강한 베트남’을 원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아시아 지역 패권 확보에 부담이 될 정도로 베트남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안보 전략상 직접적 이해관계는 약하지만, 경제 파트너 국가로서 그 가치는 크다. 한국은 베트남에 570억달러를 투자한 직접투자 1위 국가이다. 전자 철강 섬유 등 5500개 업체가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신남방정책의 교두보’를 선언한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며칠전 세미나에서 만난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와 베트남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때 정치에 투신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산업계로 복귀해서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한솔섬유는 매출액 1조5000억원의 섬유기업으로 동남아와 중남미에 많은 공장을 두고 그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량 미국 유럽 일본에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솔섬유는 베트남에 8개의 공장이 있으며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글로벌 경영을 하면서 베트남을 관찰해온 문 대표는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 한국에게 매력적인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매력은 한국과 코드가 맞는 산업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매력은 동남아 지역과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데 교두보로 아주 적합하다는 점이다. 현지 경험과 관찰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암묵지(暗默知)가 베트남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해 주는 것 같았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 때 파병했던 게 부담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파병에 대한 한(恨) 같은 게 없는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에겐 톨레랑스(관용정신)가 있고, 그게 이 나라의 큰 장점이다. 그 관대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난 세기 베트남이 치른 전쟁에서 식민 지배국이었던 프랑스에 이겼고, 미국에 이겼고, 중국에 이겼다. 식민지 콤플렉스가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이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보다는 경제와 문화 협력으로 이런 부담을 뛰어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베트남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국토와 인구가 작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잘 산다. 한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느끼지도 않는다. 한국을 중국보다 편안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로 본다.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한국과 상통한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고 한자를 쓴다는 점에서 코드가 맞다. 베트남 노동자들과 일해 보면 매우 평화적으로 활동한다. 기업으로서는 사업하기 썩 좋은 곳이다. 싼 임금만 이용할 생각을 하지 말고 높은 차원에서 윈윈(win-win)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면 베트남과 산업 동반자로서 적합한 협력방안은 무엇일까. 베트남 국토의 특징, 그리고 교육협력에서 그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베트남은 길고 좁은 국토가 남중국해를 따라 뻗어있다. 나라 자체가 거대한 부두 같다. 동남아로 열려 있고 세계로 통할 수 있다. 그런데 교통망 등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국토 이용은 파편화되어 있다. 한국의 협력 분야가 바로 인프라 건설 협력에 있다고 본다. 한국은 인프라 건설에 아주 경험 많은 나라가 아닌가.
 한국 정부와 기업이 베트남 당국과 협력해서 베트남 국토이용의 합리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협력한다면 베트남도 좋고 한국도 보람 있는 국제협력이 될 것이다.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과 5G통신 인프라 구축, 그리고 4차산업혁명 생산설비 등은 좋은 협력 분야다. 
 또 하나 산업동반자로서 베트남에서 소망스러운 사업은 청년 교육이다. 베트남에서 청년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한국이 좋은 일 하는 것 아닌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베트남에서 벌이는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이 좋은 본보기다.
 한국에게 베트남은 아주 특별한 나라다. 비록 불행한 전쟁이긴 했지만 한국의 기층민들이 처음으로 나섰던 국제무대였다. 베트남 전쟁이 만든 특별한 인연이 계기가 되어 인적 교류의 문화가 오늘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에는 이제 장년의 나이가 된 한국인 2세가 많다. 한국에는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베트남 여성이 수만 명이 있고, 그 자녀들이 한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라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약 17만명이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베트남이 소망스럽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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