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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길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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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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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미국도 이런 무역전쟁은 처음이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전후 여러 차례 무역분쟁을 겪었다. 이중 가장 중요한 무역분쟁이 1980~90년대 미일 무역전쟁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그런데 미일 무역전쟁과 미중 무역전쟁은 차원이 다르다. 미일 무역전쟁은 사실 전쟁도 아니었다. 미국이 관세 부과 등 무역보복을 가하면 일본은 순응했다. 일본이 한 저항은 고작 관세부과 연기를 요청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은 아니다.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1300여개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중국은 4일 미국의 108개 제품에 같은 규모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응수했다.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밝히자 중국은 “똑같은 규모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곧바로 응수했다. 중국은 한국에게 했던 것처럼 미국 단체여행 금지와 유학생들의 미국 유학 금지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미일 무역전쟁이 벌어졌을 때, 일본은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꿈도 꾸지 못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을 빌려 중국에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핵우산 밖에 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일본은 내수시장이 1억명이지만 중국은 13억명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무역 분쟁이 고조돼 세계 무역질서가 크게 흔들린다 해도 중국은 내수만으로도 경제를 어느 정도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은 마지막으로 환율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사실 대일 무역적자도 결국은 환율로 풀었다. 1985년 일본은 미국과 플라자합의를 맺고 엔화절상을 용인했다. 플라자합의 직전 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는 이후 수년간에 걸쳐 80엔대까지 내렸다. 엔화가 3배 평가절상된 것이다. 
당시 최고의 상품이 소니의 워크맨이었다. 지금의 아이폰과 같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엔화가치가 세 배 올라 가격이 세 배가 됐음에도 워크맨은 미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엔화가치가 세 배 오르자 미국 부동산은 3배 싸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 자본은 미국 부동산 쇼핑에 나섰다. 일본은 록펠러 센터 등 미국의 자존심을 마구 사들였다.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곧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자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된다. 당시 일본이 플라자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경제 주권, 즉 환율 주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도 위안화를 절상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위안절상을 원치 않는다. 제2의 일본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플라자합의는 중국에게는 ‘반면교사’다.
그렇다면 조지 소로스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 통화를 공격했던 것처럼 중국의 위안화를 공격하는 방법이 있다. 이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은 현재 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쓰고 있다. 위안화 환율을 바스켓 통화에 고정한 뒤 하루 변동폭을 ±1%로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고정환율이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2차 대전 후 한때나마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던 나라가 구소련이었다. 그러나 구소련은 세계경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밖에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WTO 체제 안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 WTO가 불공정하다며 탈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오히려 중국이 최근 WTO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이토록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깊숙이 편입돼 있다. 
미국은 2차 대전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슈퍼 베이비’가 미국의 품안에서 자랐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생산한 것을 미국이 소비해 주었다. 중국은 쾌속성장을 할 수 있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없는 호경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만약 미국이 없었다면 중국이 이토록 빨리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슈퍼 베이비였던 중국이 이제 막 어른이 되려 한다. 미국은 슈퍼 베이비를 완전한 성인이 되기 전에 길들여야 한다. 과연 미국이 슈퍼 베이비를 길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슈퍼 베이비의 기세에 오히려 밀릴까?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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