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에서 희망의 4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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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에서 희망의 4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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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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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목사

[경북도민일보]  최근 일어나는 미투(Me Too) 운동은 우리사회를 더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파도가 되고 있다.  미투운동은 절대 권력의 시인 고은과 연극계 대부 이윤택을 권좌에서 밀어냈다. 어떤 연예인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고 어떤 교수와 배우는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어 버렸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잘나가던 차기 대통령후보 안희정을 몰락시키고 자칭 미래권력 정봉주를 추락시켜 버렸다.
 참 잔인한 4월이다. 그렇게 해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새로운 4월에 대한 기대와 봄비를 기다리게 한다.
 최근 사표를 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잔인한 4월과 함께 물러났다. 그는 시민운동가 출신이고 비교적 참신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을 요구한다. 정치권도 그 동안의 관행이나 퇴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언제든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최근에는 드루킹이란 신종 괴물의 모습도 드러냈다. 드루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신종 사기꾼이다. 드루킹은 하이에나처럼 권력에 발을 붙여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한 결과물을 가지고 정치권을 유혹한다. 이것은 당선을 목적으로 삼는 정치인이나 정당에게는 치명적 유혹이다. 이제는 결과만 좋으면 다 된다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치인들은 가져야 한다.
 봄비가 내린다. 이 봄비로 황사와 미세먼지들을 말끔히 씻어 버리듯이 4월의 봄비가 우리 시대의 부조리와 잘못된 관행을 깨끗이 씻어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 제주 4·3사건은 정부가 나서서 지나간 아픔을 치유하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무려 70년 만의 화해와 용서가 시작되었다. 잔인한 4월은 3만여 꽃송이들이 뚝뚝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젠 더 이상 정부와 군대가 강압으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시인 노천명은 4월의 노래에 희망을 보았다. 사월이 오면은/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저 라일락 아래로/라일락 아래로/푸른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가냘푼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령을/드높이 기운차게 불려 보지 않으려나/앙상한 얼골이 구름을 벗기고/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나의 사람아!
 이제 우리는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해서는 안된다. 역사의 비극을 희망으로 역사의 아픔을 용서와 화해로 인간의 눈물과 비극을 기쁨과 웃음으로 바꾸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당시 권좌에 앉았던 무능한 대통령과 무능한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부끄러움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잔인한 4월을 희망의 4월로 바꾸어야한다. 봄비가 내리면 땅은 생기로 변하여 새로운 싹을 틔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4주기 추모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됐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됐습니다.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 것 같다. 4·19는 우리사회에 부정과 불의를 추방했고 세월호 사건은 인간의 가치와 생명이 물질·성공보다 소중함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차가운 바다에 빠뜨리고 나서야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게 되었다. 이제 세월호에 안타깝게 죽은 어린 영혼들의 아픈 흔적은 4월의 봄이 돼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꿔 가고 있다. 붉은 진달랫빛 학생들의 피로 이룬 4·19는 이미 우리나라의 헌법정신이 됐고 민주화의 들꽃이 되었다.
 이제 4·27이 다가오고 있다. 외세에 의한 분단 70년 만에 남북의 대표가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서 만난다. 우리는 믿는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내는 잔인한 4월의 그 따뜻한 봄볕을 그리고 잠든 뿌리를 깨우는 새로운 4월에 대한 기대와 생기를 기대하면서 봄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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