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사즉생’ 자세로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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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사즉생’ 자세로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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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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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이제 사흘 후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대망(大望)의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해 볼 때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남북 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을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이중 우리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역시 한반도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 없이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나 남북관계 발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1일부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북한이 공식회의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서 남북 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뒤이어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고 이번에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비핵화 실천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확약을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만큼은 이번에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이산상봉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그간 여러차례 걸쳐 북측에 제의한 사안으로서 이번 회담에서는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더불어 일회성이 아닌 상봉 정례화까지 관철시켜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화급한 일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이산가족 생존자의 64.2%가 80대 이상의 고령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새 무려 30%포인트나 급증한 수치이며 연평균 2400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년간 총 2만3676명의 이산가족이 방북, 방남, 화상 상봉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로 상봉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고작 2명 상봉에 그쳤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산가족 생존자들 중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86%가 넘어 이들 중 상봉을 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산가족 사망자 비율은 2016년 2월 처음 생존자 비율을 넘어섰으며 지난달 기준 상봉 신청자 13만1513명 가운데 사망자가 7만3611명으로 무려 56%에 달했다. 이들 고령의 생존자들에겐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간이다. 이산상봉을 서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또한 남북 당국자간 이해관계로 인해 보여주기식 일회성 상봉행사에 그쳐서도 안된다. 대면이든 화상이든 대규모 상봉을 통해 그동안 가족을 만나기 위해 죽지 못하고 버텼던 이들의 소원을 풀어줘야 한다.
 지난 18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이를 응원하는 어린이들의 영상 메시지가 2018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이 어린이들은 통일부 어린이 기자단 발대식에 참석한 어린이들로서, 이들은 ‘통일을 해서 백두산으로 가고 싶다’ ‘북한의 자원과 우리 기술이 합쳐져 경제대국, 선진국 이뤄 남북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중 한 어린이의 바람이 눈길을 끈다. 이 어린이는 “멀리 떨어져 있던 이산가족이 만나게 되면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크고 절절했으면 어린이들조차도 이런 바람을 가졌겠는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픔을 함께 공감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여간 흐뭇하지 않다. 아이들의 소망에 이제 어른들이 응답할 차례다. 정치권은 모든 정략적 이해(利害)를 접고 이산가족 상봉 성사에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 아이들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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