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 가스누출사고 불렀다
  • 이희원기자
‘반쪽짜리’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 가스누출사고 불렀다
  • 이희원기자
  • 승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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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의회, 현장 검토 등 이유로 심의 연기 후 ‘지역협의회 구성’ 등 주요항목 삭제 수정안 의결
▲ 지난 13일 영주시 상줄동 SK머티리얼즈 특수가스 생산공장에서 탱크가 폭발해 화학물질인 육불화텅스텐(WF6) 1.8t이 누출됐다. 사고 직후 공장에서 새어나온 육불화텅스텐이 공기속에 있는 수분과 반응을 일키면서 증기로 변해 넓게 퍼지고 있다. 뉴스1
▲ 가스누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공장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육군 50사단 제독차량 등 장비 23대와 인원 90여명을 투입했다. 뉴스1

[경북도민일보 = 이희원기자]  영주시의회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안’ 제정 무산이 결국 영주 SK머티리얼즈 가스누출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조례안 제정을 통해 화학물질 관리를 철저하게 했더라면 이같은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해가스 제조 공장의 인·허가와 단속 권한은 환경부에 있다.
 유해가스 중앙관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공장주변 마을과 농지 등의 피해를 조사해 공표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시의회가 추진했었다.
 영주시의회는 지난 2015년 12월 1일 제203회 제2차 정례회를 열고 김현익 시의원(현 의장)이 대표 발의한 ‘영주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했다.
 영주지역에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대형 공장들이 많은 데다 이들 공장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 안전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당시 “불산 등 화학물질을 원료로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영주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에서 2013년 8월 대규모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수년간 3차례 이상 사고가 발생,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에 “어느 물질이 어느 공장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그것이 폭발하거나 유출됐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주민과 근로자들이 알고 있어야 예방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며 조례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조례안을 보면 시장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5년마다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고 안전관리 계획은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필요한 시책 및 안전관리 계획 수립 △안전관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화학물질 현황 조사 및 공표 △화학물질 지역협의회 구성·운영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교육 등에 필요한 예산 지원 등이 담겨 있다.
 영주상공회의소는 “이 조례는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 근거한 영주시 안전관리위원회 운영 조례(2005년 3월 제정)와 중복 우려가 있고 화학물질은 수만 가지로 분류되고 있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제될 수 있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거나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라며 반대 의견서를 의견 제출기간이 끝난 뒤 심의를 앞둔 시점에 제출하고 시의회와 영주시를 항의 방문했다.
 당시 영주상의 관계자는 “화학물질관리는 환경부가 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 기존 안전관리조례가 있는데 화학물질 조례를 추가로 제정해 기업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 조례가 제정되면 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조사해서 공포해야 하는 상항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를 지정해서 조례를 만든다면 동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영주상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례안 심의를 연기한 후 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다음해 6월 30일까지 상정하지 않았다.
 조례안을 발의했던 김현익 의원은 “간담회에서 제안 설명을 했고 시 홈페이지를 통해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에서 상의가 기업 편리를 목적으로 뒤늦게 조례안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국 3개 광역자치단체와 전북 군산 등 기초자치단체 상당수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주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안’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었지만 1년 가까이 연기됐다.
 시의회는 심의 연기 이유로 “조례가 제정된 광역자치단체와 군산시를 방문, 문제점 등을 벤치마킹해 좀 더 심도 있는 검토와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돼 조례안을 심사보류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경제위원들은 조례가 제정된 광역자치단체와 군산시 등을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고 더 심도있는 검토와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한 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2016년 10월 6일 새로 구성된 후반기 산업경제위원회가 제210회 임시회에서 첫 발의된 조례안(시행 2016년 10월 31일)을 수정 가결했다. 하지만 수정된 조례는 반쪽짜리로 제정됐다.
 제12조 제목 중 ‘공표’를 ‘공개’로 변경하고, 같은 조 제1항의 내용 중 ‘조사하여 공표할 수 있다’를  ‘관련기관에 조사 의뢰할 수 있다’로 수정했고 13조(지역협의회 구성)는 전면 삭제했다.
 조례안 13조는 시장은 12조에 해당하는 사업장 주변지역에 대해 화학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노출량 및 오염 정도와 대기·물·통야·식물 등으로 이동 및 잔류 형태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화학물질 지역협의회를 구성, 운영한다. 협의회는 해당 지역 읍면동장이 추천하는 주민과 사업장 관계자, 행정기관 및 유관기관 관계자, 화학물질관련 전문가, 그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을 정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조례안이 수정 가결되면서 유해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을 감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채로 변질됐다.
 군산시의 경우 2015년 11월 2일 화학물질 안전조례를 제정하고 2017년 11월 1일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알권리에 관한 조례로 수정했다.
 조례안에서 시장은 화학물질의 정보수집 및 공개를 통한 주민 알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화학물질로 인해 주민의 건강상 또는 환경상의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해 군산시책에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로 못 박았다.
 또한 화학물질 현황 조사 및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화학물질 안전사고를 철저히 대비했다.
 하지만 영주시는 2017년 6월 영주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12일 첫 회의를 하고 위원은 15명으로 구성했다.
 회의를 통해 부위원장 선출, 화학물질안전관리 계획 용역 초안 심의, 위원회 운영방안 논의 등에 그쳤다. 지역내 화확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관리와 감시 기능은 상실하게 됐다.
 시 관계자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에 대해 “화학물질에 대한 감시나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대책을 자문하는 기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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