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미술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행복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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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미술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행복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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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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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족주의 음악가 '무소르그스키'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따뜻한 봄을 기다렸다는 듯이 요즈음은 봄꽃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얼굴을 활짝 드러내고 서로를 뽐내는듯하다.
이맘때가 되면 어디론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필자에게만 있는 것인가?
요즘 같은 날씨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부럽기만하다. 
예전에 우리나라 국적 항공여객기를 타고 외국여행을 하면 출, 도착시에 비발디의 사계 음악을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가 있었다.
비행기 기내에서 잔잔하게 들을 수 있었던 출도착시 비발디의 음악이 여행의 설렘을 여행자들에게 더욱 자극시킨 것은 분명했을 것이다. 
요즈음은 모 항공사 TV광고에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작품을 삽입하여 여행과 항공회사 광고를 하고 있다.
마치 ‘여행’하면 러시아의 전람회가 연상되도록 광고를 아주 잘 만들었다.
나 역시도 그 광고를 보면 유학시절 독일에서의 생활들이 문득 떠올라 유럽이라는 낭만적인 곳을 언제 또 가보려나 하며 가슴 설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듯 클래식 음악은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대중매체의 광고에 힘입어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이미지로 다가온 러시아의 막강한 작곡자 ‘무소르그스키’와 그의 음악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작품, 그리고 러시아국민악파 5인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전문음악교육도 받지 않은 러시아의 국민악파 5인조
19세기 후반 후기낭만음악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민족주의 또는 국민주의음악이라는 물결이 전 세계 음악계의 유행이 되어 서로 앞 다투어 한바탕 요란하게 휩쓸고 지나갔다. 이렇듯 민족주의음악이 대유행처럼 전 세계에 번졌는데 민족주의, 국민주의 음악이란 무엇인가?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정말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작곡자가 기본적으로 확고한 민족의식을 갖추고 작곡자마다 다른 민족 고유의 특징 즉, 고유의 민속음악이나 민요, 신화, 전설, 역사 등의 소재를 갖고 재창조되어 음악작품을 통해 민족적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표작곡자로는 스메타나, 드보르작, 시벨리우스, 그리그, 엘가, 사라사테, 차이코프스키, 미국의 고트샬크 와 포스터 등이 있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민족주의의 음악의 모태가 된 사람은 ‘미카엘 글린카’라는 사람이다. 이 ‘글린카’의 오페라, 관현악 및 가곡의 작곡 기법을 기반으로 국민악파5인조(발라키레프, 보로딘, 큐이,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샤코프)는 러시아만의 특색 있는 독특한 음악으로 발전시켰다. 그들은 러시아만의 드넓은 대지의 느낌과 향취의 감성을 세계적인 음악으로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사람들이었다.
정말 특이한 것은 러시아 국민악파5인조 중 그 누구도 정식으로 음악기초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었으며 처음부터 전문음악가가 꿈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화학자로 대학 강단에 섰던 ‘보로딘’,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발라키레프’,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해군장교 ‘림스키코르샤코프’ , 그리고 ‘무소르그스키’는 러시아 귀족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장교였다. 음악과는 거리가 먼 육군에서 성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이 5명은 각기 다른 전공과 직업이 있었던 사람들이었고 다섯 사람 모두 아마추어 음악가였었다. 그들은 순수한 아마추어 음악가들이었기 때문에 당시 서유럽에서 유행하는 형식이 있는 음악에 현혹되지 않고 그들만의 특징을 잘 살려 러시아 민족성이라는 아이디어로 높은 경지의 예술세계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음악사적으로 볼 때나 현대에서도 아마추어 음악가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일은 전세계음악사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며 승화시킨 걸작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 그림’
‘무소르그스키’는 ‘블라디미르 스타소프’라는 당대 러시아 최고 음악평론가로부터 소개를 받아 화가이자 건축가이며 건축디자이너인 ‘빅토르 알렉산드로비치 하르트만’과 깊은 우정을 쌓은 친구가 되었다.
평론가인 ‘스타소프’는 러시아 5인조의 음악을 평론으로 그들의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었고 ‘하르트만’은 ‘무소르그스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하지만 1873년 ‘하르트만’은 동맥류 파열로 손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그들의 우정은 평생 함께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에 큰 슬픔에 빠진‘스타소프’는 ‘하르트만’의 유작을 모아 1874년 그의 추모 전람회를 개최하였다. 이 전람회에는 수채화, 데생, 유화 같은 미술 작품뿐만이 아니라 건축설계스케치, 보석, 생활용품, 무대배경그림, 무대의상 디자인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었는데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작품에 영감을 준 것은 요절한 친구인 ‘하르트만’의 유작인 전람회 추모 작품들이었다. ‘무소르그스키’는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전람회에 전시된 것 중 열 개의 작품을 통해 영원히 그를 추모하는 음악작품으로 승화시켰는데 바로 그 작품이 ‘전람회의 그림’이 된 것이다.
‘전람회의 그림’은 피아노 및 관현악으로 만들어진 조곡이다. 피아노곡은 원곡으로 ‘무소르그스키’가 직접 작곡을 했고 관현악곡은 당대 프랑스의 최고의 작곡자이자 편곡자인 ‘라벨’의 편곡으로 이 작품은 더욱 유명해졌다. 이작품은 ‘무소르그스키’가 살아생전에 연주되지 못했다가 그가 죽은 후 친구인 러시아5인조 중 ‘림스키코르샤코프’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이 작품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곡은 총 10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악장 사이에는 ‘프롬나드(Promenade)’가 붙어 있어 각 악장 간의 긴밀한 연계성이 있다. ‘프롬나드’는 ‘산책’이라는 뜻으로 ‘무소르그스키’가 전람회장에서의 ‘하르트만’의 작품과 작품 사이를 지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 ‘프롬나드’는 곡과 곡사이에 연주되어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과 작품사이를 이동하는 느낌을 주게 되는 음악이다. 즉 곡과 곡사이의 중간 통로의 연결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전람회의 그림의 구성은 이러하다.  1번 프롬나드(산책) - 1번곡: ‘난쟁이’ - 2번 프롬나드(산책) - 2곡: ‘고성’- 3번 프롬나드(산책) - 3곡: ‘튈르리 궁전’- 4곡: ‘비들로’- 4번 프롬나드(산책) -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
6곡:‘폴란드의 어느 부유한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 5번 프롬나드(산책) -
7곡: ‘리모주의 시장’- 8곡: ‘카타콤’- 9곡: ‘닭발 위의 오두막집’- 마지막10곡:‘키예프의 대문’
이렇듯 이작품은 순서대로 그림을 감상하듯 음악을 듣게 된다. 유튜브나 간단한 스마트폰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단 한번의 감상으로도 ‘프롬나드’가 어떤 의미인지, 각 악곡의 그림에 대한 느낌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그의 창작의 아이디어는 과히 천재적이라 말할 수 있는데 여느 작곡자들의 틀에 갖춘 악곡형식과는 달리 그만의 독특한 음악적 양식을 창작하여 명곡을 만든 ‘무소르그스키’, 그는 클래식 음악의 형식을 그만의 방법으로 재창조한 러시아 민족음악파의 선구자임에 틀림없다. 
‘무소르그스키’는 그의 작품세계 속에 고인이 된 친구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 영원히 잊히지 않도록 불후의 명곡으로 만들어버렸다. 비록 그가 살아생전 친구의 죽음에 대한 추모공연을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우정은 훗날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음악은 슬픈 이에게는 위로를, 기쁜 이에게는 환희를,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나 감상하는 사람이나 우리가 음악을 통해 유익함을 얻는 것은 같다.
따뜻한 4월 날씨도 참 좋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는 가까운 미술관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미술관에서 은근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더불어 그림을 감상하며 생활의 여유와 행복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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