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선 안 높아, 자주 밟으면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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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선 안 높아, 자주 밟으면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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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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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학교 교수

[경북도민일보] 대결과 갈등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으러 그가 건너왔다. ‘평화와 번영의 나무’를 심고자 그가 건너왔다.
판문점 북측 판문각을 걸어 내려와 군사분계선(MDL)을 단숨에 건너온 그는 분단선은 안 높으니 자주 밟으면 없어진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면서 200미터를 걸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위장 평화 쇼에다 말의 성찬’을 펼친다고 간주하는 이도 있지만, MDL을 그가 한 걸음에 건너는 순간에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 공간’에서 ‘평화의 상징 공간’으로 변화됐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지난 27일, 전 세계의 시선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집중됐다. 지구촌의 많은 이들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숨죽여 기다렸다.
마침내 남북한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명기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주춧돌을 놓았다.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길을 열었다. 하지만 원칙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있다.
판문점 선언이 있기 전부터 비핵화 합의 내용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달리 말하자면 ‘비핵화 명시의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핵문제와 대북제재가 연동돼 있고 남북경제협력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에 대한 구체적 이행방안과 시기 등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
우직하고 신중해서 ‘고구마’라는 별명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과 정공법으로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도 ‘완전한 비핵화 진전’과 ‘평화체제 구축 보장’을 위해 동북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잘 감당해 주길 바란다.
필자는 며칠 동안 수시로 판문점 선언문을 읽고 또 읽어 보았다. ‘완전한 비핵화’와도 상관성이 있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1조)에 주목해서 영어본도 찾아 표현에 유의하며 읽어 보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의 절박한 요구’가 1조의 6개항에 잘 반영돼 있었다.
지면관계상 경북도와 포항시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펼칠 사업’과 관련된 몇 개항에만 국한해서 논의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1조 6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북방물류 거점항만인 포항영일만항이 동해선과 연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 마디로 포항은 ‘한반도 물류혁명의 전초기지’가 된다. 포항영일만항인입철도가 동해중부선·동해북부선과 연결된다고 상상해 보라. 포항영일만항이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거점이자 ‘북방물류 루트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포항영일만항의 물류경쟁력’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무엇보다 먼저 영일만항인입철도와 연동되는 동해중부선 철도의 복선화에 적극 나서야 하고, 블라디보스톡과 나진 사이에 위치한 하산에 있는 자루비노항과 북한 나진항을 중심으로 항로를 개설해야만 한다. 또한 극동러시아와 중국 동북3성의 물동량을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훈춘에 있는 훈춘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숙고해야만 한다.
또한 경북도와 포항시는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남-북-중-러 복합물류 운송항로 개설과 활성화’라는 그랜드 디자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나진하산 복합 물류사업’ 재개 여부와 그 시기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라 나선경제특구와 북-중-러 접경에서 가까운 하산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지역에 ‘제2개성공단’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으니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계한 운송 상품 개발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해운-철도-육로를 잇는 유라시아 복합상품 개발에도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남과 북은 민족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는 1조 4항에 주목한다.
경북도가 이미 남북 교류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필자도 지역 방송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해서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현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본격적인 남북경제협력’이 어려우니만큼, 우선 경북도와 포항시는 문화-체육 분야에서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2018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경기에 남북이 공동으로 진출하고 경평축구대회까지 재개된다면 포항 스틸러스의 유소년 축구교실이 북한에서 축구 교실을 열고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아울러 평양-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개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들이 남북교류 협력사업에 적극 나서서 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한다면 한반도 평화가 앞당겨지고 ‘한반도의 혈맥-한반도 종단철도’도 더 빨리 이어질 것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우리민족이 분단선을 자주 밟고 넘도록, 철길과 바닷길을 여는데 앞장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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