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제2의 덩샤오핑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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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제2의 덩샤오핑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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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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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경북도민일보 = 뉴스1]  미숙한 말썽꾸러기에서 제2의 덩샤오핑으로. 불과 몇 달 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외신의 평가가 이처럼 바뀌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북미간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해. 외신에 비친 김 위원장의 모습은 ‘공공의 적’이었다. 자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무모한 지도자, 예측 불가능한 말썽꾸러기. 좋게 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는 대담한 반항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 등을 약속하자 외신은 그를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 ‘제2의 덩샤오핑’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과 덩샤오핑은 얼마나 공통점이 있을까?
 일단 개혁개방이 공통점이다. 덩샤오핑은 집권 직후 개혁개방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도 개혁개방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은 지난 20일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그동안 취해왔던 경제·핵 병진노선 대신 경제에 ‘올인’하는 단일노선을 채택했다. 앞으로 경제개발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두 사람 모두 개혁개방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청소년기의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청소년기는 평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다. 둘 다 이 시기를 유럽에서 보냈다. 
 덩은 16세부터 22세까지 프랑스에 머물렀다. 그는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 프로그램인 근공검학(勤工儉學)에 참여했다. 덩은 청소년기에 중국보다 발전된 세상을 보았다. 덩은 1926년 파리를 떠나 사회주의의 고향 소련으로 갔다. 그는 프랑스와 소련을 두루 경험하고 1927년 중국행 귀국열차에 몸을 실었다. 
 김 위원장도 청소년기를 유럽에서 보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996년 여름부터 2001년 1월까지 스위스 베른에 머물렀다. 그는 84년생이다(83년생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10대 중반을 스위스에서 보낸 것이다.

 처음엔 베른 국제학교에 입학했지만 얼마 뒤 그만두고 현지의 공립중학교로 전학했다. 학교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98년 8월 7학년(한국의 중학교 1학년)에 편입했다. 그는 9학년이던 2000년 말 학교를 그만두고 2001년 귀국했다. 
 둘 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선진국을 경험했다. 이들은 집권 이후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제2의 덩샤오핑이라는 찬사를 들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덩샤오핑은 1978년 집권했다. 그는 집권 직후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며 개혁개방을 선언했다. 그리고 곧바로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2차 대전 후 세계를 관통하는 질서가 하나 있다. 미국에 협력하면 흥하고, 미국에 맞서면 망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맞섰던 북한과 쿠바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협조했던 한국과 일본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 한때 미국에 맞섰다 협력으로 선회한 중국과 베트남도 빠른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베트남도 ‘제2의 중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덩샤오핑은 세계의 보편 질서를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덩은 특히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절실하고, 대미 수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집권 이듬해인 1979년 미국을 직접 방문해 미국과 국교정상화에 서명했다. 당시 덩샤오핑이 카우보이모자를 들고 군중의 환호에 답하는 사진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 사진은 미중 데탕트를 상징하는 ‘역사의 한 컷’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최근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덩샤오핑처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미국 조야에 핵을 폐기할 테니 경제발전을 도와달라고 진심어린 호소를 하는 것이 북미 화해의 시대를 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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