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밉다고 폭력 화풀이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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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밉다고 폭력 화풀이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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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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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세상이 다 빠르게 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반해 우리 국회 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국회의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고 공중부양을 하고 해머로 문을 부수는 것과 같은 명(名)장면이 요즘 들어 사라졌는가 했더니 또다시 국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경기 파주시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사를 반대하기 위해 갔다가 경찰의 제지로 출입이 무산되자 국회로 발길을 돌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폭행범이 애초에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은 김 원내대표가 아니라 홍준표 대표였다. 경찰조사에서 이 남성은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하는 것을 보고 울화가 치밀어 홍 대표를 때리려 했으나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에게 접근해 폭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니 자칫했으면 이 남성에게 홍 대표의 턱이 공격 당할 뻔한 것이다. 위기를 모면한 홍 대표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꿩 대신 닭’ 신세가 된 김 원내대표로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남성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영등포경찰서를 나와 경찰 호송차에 오르기 전 “김성태 원내대표를 왜 폭행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한국당은 이제 단식 그만하고 마음을 잘 추슬러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좀 노력을 해 달라”고 말해 정치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폭행에 대한 배후가 있는지 아니면 단독범행인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요즘 우리 정치가 젊은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여당은 야당 때의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야당과의 협치 대신 국민지지와 힘의 우위를 내세워 밀어붙이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표는 연일 막말을 쏟아내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행보와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회생 등과 같은 민생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야당은 댓글 여론조작 특검 도입을 전제로 추경안 통과를 내세우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제와 청년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여당도 ‘오십보 백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처리일을 24일로 미룸으로써 특검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20여 일가량의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특검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이렇게 여야의 정치적 이해 속에 국회가 한 달 넘게 공전(空轉)을 거듭하면서 국민도 울화통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서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서는 안된다. 이 30대 초반의 폭행범도 대학을 나와 여러번의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일용직으로 전전하다 보니 지금의 정치권에 대해 불만이 쌓였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단식농성 중인 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주먹을 휘두르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폭행 남성의 부친은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아들이 순수한 청년이며 정말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청년이 이러한 일을 했겠는가’라며 ‘(아들을) 구속한다면 정말 정치인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분이고, 국민은 개·돼지고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두둔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그러나 어떤 정치적 신념으로 폭력을 저지른다고 해서 그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폭력은 애초에 순수했던 그 신념마저 더럽힐 뿐이다.
 정치인도 우리나라 국민의 한 사람이다. 정치인이든 일반인이든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돼선 안되며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치권도 이번 김 원내대표에 대한 폭행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거나 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해선 안 될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분노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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