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 모든 복수와 증오가 끝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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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 모든 복수와 증오가 끝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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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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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영화 ‘몬태나’는 영국의 소설가 D.H. 로렌스의 구절로 시작한다. ‘미국 영혼의 본질은 억세고 고독하며 초연하고 살의에 찼다. 그건 지금까지 그대로 뭉쳐있다’. ‘몬태나’는 인디언으로부터 한 가족이 잔혹하게 몰살당하는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평화롭게 살던 터전이 증오의 출발점이고 한가롭던 일상이 시련과 고통과 분노의 처절한 서막이 되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몬태나’와 2016년도에 개봉한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미국 서부영화의 대서사시라고 할수 있다. 이 두 영화는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모험과 개척의 시대에 인간의 원초적인 내면을 그렸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미국을 상징하는 넓은 들판, 울창한 숲과 함께 자연이 주는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영화가 지향하는 꼭 지점은 다르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인간의 복수와 분노에 머물러 있는 반면 최근 개봉한 몬태나는 인간의 잔인한 분노와 복수를 화해와 용서와 사랑으로 승화시켰다고 할수 있다. 레버넌트는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를 그리고 몬태나는 인간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죽음 이후의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몬태나의 시대는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미국은 서부 쪽으로 지배권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인디언 원주민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땅을 빼앗으려는 백인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흑인, 그리고 인디언과 쫓고 쫓기는 전투를 벌인다. 그 가운데 가족을 잃고 동료를 잃은 상실감과 절망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사회에는 인디언의 생존권을 빼앗는 전투에 대한 반성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점차 원주민과의 공존을 고민하던 정부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1892년 옐로 호크 추장을 (그들의 성지이기도 한) 고향 몬태나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인디언과의 평화를 모색한다는 상징적인 차원인데, 문제는 인디언들을 호송할 책임자인 조셉 블로커 대위(크리스천 베일)가 그들을 치가 떨릴 정도로 증오한다는 데 있다.
 특히 ‘조셉 J. 블로커’(크리스찬 베일) 대위는 원주민과의 오랜 전투로 사랑하는 많은 동료를 잃어야 했다. 그는 제대 전 마지막 임무로 인디언 부족의 족장 옐로우 호크를 고향 몬태나주까지 호송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호크는 연방군의 포로로 잡혀 오랫동안 갇혀 지냈다가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인도적 차원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로잘리 퀘이드’(로자먼드 파이크)는 1892년 미국 멕시코주의 한적한 농가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포악한 인디언 부족 코만치족에게 남편과 세 명의 아이들을 잃고 홀로 살아남는다. 그녀는 나쁜 인디언들의 강포에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옐로우 호크’ 추장(웨스 스투디) 역시 ‘조셉’과 적대적인 관계였다.
 이렇게 영화의 인물은 저마다 상처와 아픔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 캐릭터들은 몬태나주로 향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치열한 복수심은 몬태나에 도착하면서 어느새 자비심으로 바뀌게 된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는 생존과 더불어 분노와 폭력의 시기였다. 극중의 모든 인물은 이런 분노와 폭력의 산물로 나온 증오를 하나씩 안고 있다. 그래서 영화 몬태나는 중후하고 무거운 철학적인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서부극도 변했다. 그것은 종전의 백인은 선하고 아메리칸 인디언은 악하다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깨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에 인간 대 인간으로 그리게 된다. 블로커 대위는 몬태나로 가는 1000마일의 긴 여정을 함께하면서 자신의 편견을 깨고, 아메리칸 인디언을 함께 살아야할 이웃이나 동반자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몬태나’는 서부극의 껍질을 덮고 있지만, 결국은 이해와 포용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다. 연출자 스콧 쿠퍼 감독은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숙적이라도 서로 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드라마로 풀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가 과거 원주민들에게 행한 용서받지 못할 과거를 조명함으로서,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있다
 몬태나는 개인적인 영웅담을 거부한다. 대신에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증오, 복수, 용서, 구원, 죽음과 같은 심오한 주제에 더 무게를 싣는다. 장엄하고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이들의 고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과 빛, 선과 악, 적과 아군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인간의 본성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광활한 자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몬태나 그곳은 인간성을 재발견하는 곳이요, 모든 증오와 복수가 끝나는 곳이다.   
 결국 몬태나는 분노와 증오의 끝맺음은 ‘복수와 살인’이 아니라, ‘용서와 사랑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는 기독교의 본질을 이야기 하고 미국의 위대한 저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이 고단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용서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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