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와 아마존 그리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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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와 아마존 그리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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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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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에서는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전설적인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과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의 결단과 직업의식이 잘 그려진다. 미국이 베트남전 군사개입을 강화하는 구실이 되었던 통킹만 사건이 조작된 것이었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1971년에 뉴욕 타임스(‘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포스트’)가 보도하는 배경과 과정, 뒤따른 소송을 그린 영화다.
포스트는 워싱턴을 중심으로 국내 정치 기사에 초점을 맞춘다. 어떻게 보면 특성화된 신문이다. 그래서 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 LA 타임스에 비하면 발행 부수는 적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포스트는 1877년에 설립되었다가 도산했다. 1933년에 유진 마이어가 경매에서 사들여 재건했다. 마이어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1946년까지 사주 겸 발행인으로 있다가 사위 필립 그레이엄에게 물려주었다.
1963년에 필립 그레이엄이 타계하고 부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회사를 맡았다. 캐서린 그레이엄의 경영기간 동안 포스트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벤 브래들리가 편집국장이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브래들리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한 밥 우드워드, 칼 번스틴 두 기자의 취재를 지원했다. 두 기자는 미국 언론에서 아직도 거의 신적인 대우를 받는다. 1976년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도 있다.
2013년에 온 세상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포스트를 인수한 것이다. 2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냈다. 아마존 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 샀다.
CBS 대담에서 사회자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요?”라고 묻자 베조스는 원래 포스트를 살 생각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레이엄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베조스는 처음에 많이 놀랐으나 신문이 인터넷으로 타격을 받은 만큼 인터넷을 이해하는 사람이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국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생각에 동의했다는 것과 실제로 돈을 움직여 산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뭔가 인센티브가 있었어야 한다. 베조스 마음은 베조스만이 알 것이다. 정치적 동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성공할 만큼 성공한 억만장자가 요트 한 척을 사는 기분으로 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들 한다.
베조스는 민간 우주프로젝트도 한다. 꼭 돈 때문에 뭘 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쨌든 베조스가 인수한 후 포스트는 온라인 구독자 증가로 2016년에 흑자를 냈다. 언론계에서 베조스만큼 인터넷과 IT를 사업에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포스트의 웹트래픽은 타임스를 추월하기도 한다. 헬프데스크에 불과했던 IT팀은 두배가 되었고 베조스 회사라고 해서 IT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 팀은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22개 언론사에 판매했다. 여기서 연간 1억 달러가 들어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꼽는 가짜뉴스 1위가 포스트다. 선거 때 적이었다. 타임스도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포스트가 더 밉게 굴었다. 트럼프는 그래서인지 요즘 아마존을 손보겠다고 어르고 있다. 아마존 주가도 심상치 않다. 베조스는 포스트가 트럼프-러시아 내통 의혹 보도로 올해 타임스와 공동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트위터로 맞받는다.
타임스에서 자기들 편집국장 자격도 있다고 극찬한 벤 브래들리는 한 인터뷰에서 타임스와의 경쟁이 포스트의 동력이라고 했다. 워터게이트 취재는 타임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타임스는 자신들이 포스트보다 기자들을 좀 더 통제하기 때문에 졌다고 했다. 그러나 브래들리는 타임스가 순항 미사일 같다면서 항상 부러워했었다. 한결같이 변함이 없는 타임스의 스피드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우주에까지 손을 뻗치는 인터넷 천재, 스피드의 베조스가 트럼프와의 트위터 전쟁을 넘어서 포스트의 미래, 따라서 타임스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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