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가서 숭늉 찾는 추경 처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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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가서 숭늉 찾는 추경 처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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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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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위해 상임위를 개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40여일간 국회가 공전되고 있어 그동안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을 심사할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추경예산의 절반가량이나 되는 1조9000억원 규모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위는 16일 오전 10시 심사를 처음으로 개시했지만,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사 시간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세균 국회장이 추경예산 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기한을 이날 오전 9시30분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즉, 회의를 개의하기도 전에 심사를 종료하라는 어처구니없는 통보가 이뤄진 것이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이는 국회가 국민들이 부여한 예산심사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세금으로 지출하는 예산이 낭비 없이 제대로 쓰이는지 철저히 따지는 것은 국회의 권리가 아니고 국민에게 부여받은 의무다. 더구나 국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은 3권 분립정신에도 맞지 않다.
물론 현 경제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급여를 받은 고용보험가입자는 62만명으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실업자수는 125만명으로 3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국회에서 가진 추경 시정연설을 통해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역을 지원하는 응급 추경”이라고 조속한 추경 처리를 요청했다.
이 총리는 “추경사업과 함께 세제지원, 금융지원, 제도개선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투입하면 에코세대가 취업에 뛰어드는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추가고용이 이뤄지고, 청년실업률도 1~2%p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야당의 주장처럼 단순히 취업 청년에게 ‘보조금’을 쥐어주는 땜질 처방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시적으로 투입된 재정 정책은 지원이 끊긴 후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재정의 방만한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의 꼼꼼한 심사가 꼭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이번 추가 재정 투입의 실효성에 대한 보다 면밀한 국회의 예산 심의가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단 3일만에 추경심사를 마치겠다고 의사일정 합의한 것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행동이다.
스스로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포기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3권분립이 보장된 나라다. 비록 추경의 시급성을 인정하더라도 행정부의 예산을 제어하기 위한 국회의 심의권을 무력화시킨 국회의장의 졸속 심사기일 지정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우물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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