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윤활유-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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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윤활유-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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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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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경북도민일보] 나는 절망의 순간에 노래했고 사랑을 잃고 쓰러졌을 때 아픔을 노래하며 일어섰다.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고독 속에서 허우적댈 때에도 노래했고 그리움이 가슴속에 들불처럼 일어날 때에도 노래했다. 노래는 삐거덕 거리는 내 영혼을 지금도 작동하게 만드는 윤활유였고 새 힘의 발원지였으며 위로의 따스한 손길이었다.

“꽃답던 내 청춘 절로 늙어
남은 반생을 어느 곳에 다 뜻붙일꼬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청소년 시절 말썽꾸러기이자 사고뭉치였던 나는 병약했던 어머니가 가뭄이 들어 바짝 말라버린 논두렁에 앉아 가난하고 고달픈 신세를 한탄하며 한오백년을 부르는 것을 풀숲에서 몰래 지켜보았다.
그 가련하고 애처롭던 처창한 어머니의 노래는 내 삐뚤어진 의식의 방향을 돌려놓았고 삶의 지표를 바꾸어 놓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불쌍한 어머니를 꼭 호강시켜 드리겠노라 다짐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어머니라고 나직히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누군가 내게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을 단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사람은 기쁘거나 슬플 때에 노래한다.” 라고 말하겠다.
사람은 노래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노래는 인간의 본능이다. 태곳적, 언어도 문명도 없었던 인류는 사냥을 하여 배부르게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모닥불 주위를 돌며 우우우 거리면서 춤을 추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노래는 영혼에 파고들어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무디어진 감성을 터치하여 눈물짓게도 한다. 연인들은 사랑할 때는 꽃잎속의 꿀같은 언어와 곡조로 사랑을 속닥이고, 이별한 연인들은 아픔과 그리움을 애절하게 노래하며 위안을 받는다.
열정의 축제에서는 노래가 분위기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민주화운동의 열사들은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며 최루탄 연기속을 헤쳐 나갔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믿음을 노래로 만들어 신을 찬양하고, 전장에서 병사들은 적진을 향해 돌격하기 전에 눈물을  쏟으며 애국가를 부르고 뛰쳐나가 산화했다.
인생사에서 가장 슬픈 순간에도 사람들은 노래한다. 시신을 얹은 상여를 메고 가며 영별의 그 슬픔과 생명의 허무를  “어야~디야 이제가면 언제오나” 라며 구슬픈 만가를 구비구비마다 목놓아 불렀다.
인간의 감성은 노래를 잊어가는 만큼 메말라간다. 아무리 성능이 좋고 우수한 기계일지라도 윤활유가 없으면 곧바로 망가지고 만다. 노래는 삶의 윤활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난한 하루를 노래를 머금고 살아간다.
고독할땐 고독의 노래를,  아플땐 아픔의 노래를 부른다. 마음껏 부를수 없으면 마음속으로라도 흥얼거린다. 그러면 마음이 가라 앉는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는 노래가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며,‘피곤한 삶이며, 유배당한 삶’이라고 했다.
나는 이어폰을 꽂은채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 어떤 지혜나 철학보다도 더 높은 영감을 받고 영혼은 자유로워진다. 그때 내 혼은 다시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삶을 노래하라. 우리의 생이 끝난 순간에도 영전 앞에 노래가 울릴 것이리니. 노래하며 지난한 생의 열두구비를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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