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에 걸린 한국경제
  • 모용복기자
‘디스크’에 걸린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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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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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1년 최대성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상종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여기에 기인하는 바 크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안보관에 대해 다른 후보들의 공격 대상이 된 문 대통령은 취임해서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평소 그가 부르짖던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동조, 한미 군사훈련 등과 같이 강대강으로 맞서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속적이고도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담은 ‘베를린 구상’은 남북관계 진전의 일대 변곡점이 됐다.
또한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따른 리더십 부재 속에 무너졌던 4강(强) 외교를 복원해 한미 동맹을 재정립했으며 사드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던 중국과도 다시 화해무드로 물꼬를 돌려놓았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담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냈으며, 6월 12일 한반도의 명운을 판가름할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취임 1년 만에 이룬 가장 눈부신 성과라 할 만하다.
그러나 경제로 눈을 돌리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하며 3%대 성장률을 회복했고 올해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 예상되는 등 외형적인 성과에도 국민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백안시(白眼視)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 중에서도 고용분야가 가장 침울하다. 모든 고용지표들이 최악을 가리키고 있다. 취업자 증가율은 얼어붙고 청년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 이어 가계경제의 허리인 40·50대 중장년층의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것은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0대 실업자는 16만1000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취업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실제 직장을 잃은 실직자라는 점에서 취업 경험이 없는 ‘통계상 실직자’가 많은 청년층과 큰 차이가 있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40대의 고용사정도 최악 상황이다. 올해 1분기 40대 취업자는 전년동기 대비 1.3%(-8만5000명)가 감소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27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1분기 실업자는 17만4000명으로 7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40대 실업급여수급자수는 13만1000명으로 2009년 분기별 실업급여 통계집계 이후 처음으로 30대 (12만9000명)를 추월했다.
중장년층 실업은 가계경제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대부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계경제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다. 허리가 무너지면 가계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가장의 수입에 생계를 대고 있는 구성원들 또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해 나가기 어려워진다. 가계경제 붕괴는 국내경제 전반에 도미노처럼 확산돼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늘리기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장년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한 면이 없지 않다.
청년실업은 결국 청년층을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서 생기는 미스매치가 원인으로서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청년실업대책을 내놓았지만 번번히 실패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 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구조 개선 등 여러 복합적이고 근본적인 요인들이 해결돼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근 모 방송에 나와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불은 났는데 물은 멀리 있는 근화원수의 상황”이라며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한 것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지난(至難)함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청년 일자리가 긴 안목을 갖고 장기대책으로 추진해야하는 것이라면 중장년 실업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발등의 불’이다. 가계경제가 붕괴되면 그로 인해 많은 구성원들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멀리 있는 물을 가져다 불을 끌 시간이 없는 화급을 다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중장년 실업자 한 명을 구제하면 한 가정을 살리며 한 가정을 살리면 국가경제가 살아난다. 정부는 중장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실업 방지대책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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