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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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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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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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경북도민일보]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시당할 때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분노한다. 다시는 상종하지 않으려 한다. 이와 반대로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여받는다. 가장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옛 말에도 장수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정(認定)은 확실히 그렇다는 여김을 받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가지만 인생의 세세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인정받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나 거친 사나이들의 숨소리와 고함소리, 노동의 땀방울이 가득한 건설현장, 그래서인지 잦은 다툼이 일어난다. 어느 날, 머리가 희끗한 60대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과 20대의 인부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 나는 젊은 청년이 어른에게 너무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 같아 걸음을 멈추고 멀찍이 서서 지켜보았다. 자재를 운반하는 방법을 두고 서로 자기의견을 내세우다 말다툼이 된 것 같았다. 서로 언성을 높이다가 어느 순간에 60대의 어른이 “그래. 그건 내가 잘못한 것 같구먼. 그건 미안해” 라고 했다. 그러자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던 그 젊은 친구가 말을 뚝 끊고 멍하니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저도 너무 당돌하고 무례해서 죄송했어요.”라고 했다. 자식뻘 밖에 되지 않는 젊은 청년이었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노인의 그 한마디에 다툼은 단번에 그치고 말았을 뿐만 아니라 둘은 서로 껄껄 웃기까지 하였다. 별일 아닌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광경을 본 나는 가슴이 느꺼워졌다.
인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분열과 다툼의 종식일지도 모른다. 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인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살았으면서도 끊임없이 싸우는 부부가 있다. 그 부부는 나는 부족하거나 잘못한 점이 없고 모두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내가 보기엔 두 사람 모두 똑같은데도 말이다. 서로 자신의 단점이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가면 될 텐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니 끊임없이 대립하고 충돌하면서 한평생을 지옥같이 살고 있다.

비단 부부관계만 그러하랴! 자주 다투는 사람을 보면 십중팔구 무조건 상대방이 잘못되었음을 강요한다. 저 자신이 더 부족하다는 걸 저만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인정하는 것은 자기발전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실수를 자꾸 반복하고, 왜 아무리 살아도 더 나아지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자신의 부주의나 태만, 허물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겠는가?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전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는가?
실패와 좌절 앞에서 모든 원인을 세상과 주위환경, 사람 탓, 운명 탓으로 돌려버리면 아무리 살아도 그대로를 반복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로 진보하지 못한다. 인정할 때 비로소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게 된다. 그래서 인정한다는 것은 진보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대범한 사람과, 진취적인 사람들은 뚜렷하고 담백하게 자신을 인정하는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랬기에 그 사람들이 정말로 대범하다는 평을 받는 것이며,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아지는 진취적인 삶을 지향하여 성공에 이르는 것이다.
모든 다툼과 불행의 근원은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그럼 불의한 것에 대해 자신에게 손해가 되거나 해가 될까봐 받아들이는 것도 인정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건 굴복이며 굴종이다. 인정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가치와 진리의 잣대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오직 더 나아져 갈 뿐이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당당하게 스스로 인정해보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로부터 경멸을 받는다. 결국 더 못한 사람이 된다. 오늘도 나는 잠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인정한다. 그러므로 내일은 틀림없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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