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서 본 소유와 경영의 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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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서 본 소유와 경영의 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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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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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주주는 법률상으로는 회사에 경영판단이 결부된 뭔가를 요구하지 못한다. 주주총회가 열리면 가서 회사가 준비한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할 뿐이다. 주주제안제도를 통해 자신이 추천하는 후보를 주주총회에 올려달라는 것 정도가 주주가 할 수 있는 전부다. 회사의 구조변경에 관해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주주에서 빠지거나 사후에 소송을 제기하는 추가 옵션이 있다.
 연전에 삼성, 그리고 지금 현대차와 겨루고 있는 엘리엇 같은 활동주의 헤지펀드가 회사에 요구하는 내용을 잘 보면 핵심적인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것들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초과보유 현금 축소,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 검토 및 자산화, 자사주 소각, 현대ㆍ기아차 및 현대모비스 배당성향 상향 등과 같은 사안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고유 결정 권한 범위 내에 있고 따라서 주주총회에서도 다루어지지 않는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같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같은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사안들은 각 계열사의 경영판단 조율을 통해 추진될 일이고 백보 양보해서 정부에서 거론할 일이지 주주가 권리로서 제안할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는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무기로 여론전을 펼치면서 ‘장외’에서 이런저런 요구를 내놓고 그를 관철해 단기적 이익을 취한다.
 이는 ‘소유와 경영의 재결합’ 현상이다.
 헤지펀드가 스스로 주장하듯이 이들의 활동은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주주가치의 증대를 목표로 하므로 헤지펀드 활동주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금과옥조였던 시대를 종식시킬 수도 있다.

 상장 대기업의 소유는 분산되어야 하고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어서 전문경영인체제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말은 내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부터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어떤 실증적 근거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나왔던 것인지, 그 이후 어떻게 그런생각이 거의 신화에 가까울 정도로 널리 정착되었던 것인지 의아해진다. 당시에는 정부와 재벌이 긴밀한 관계여서 소유 집중의 폐해 같은 것이 크게 문제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신화는 우리가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데 줄곧 장애물로 작용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서서히 소유와 경영이 재결합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논하는 것이 설사 바람직하다 해도 이미 실기한 것이다. 이론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례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이른바 ‘오너’들은 경영권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고 사회의 지탄을 받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는 있어도 회사를 공중분해시켜 납세자들의 짐으로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
 하버드대 로(Mark Ro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일수록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파워가 강하다. 역설적으로 이는 소유의 집중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로 교수는 종업원들의 입지가 강화된 회사에서 자본 제공자들이 방어적으로 소유의 집중을 발생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대기업의 소유가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사회민주주의 정치사상으로 인한 근로자 계층의 발언권 강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요약하면, 소유와 경영은 서구에서도 헤지펀드 활동주의로 점진적으로 재결합되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를 정착시키려 한다면 근로자들의 입지가 강해지는데 이 역시 소유의 집중을 촉진시켜서 소유와 경영을 재결합시킬 것이다.
 기업의 소유구조에 대한 논의는 이제 접어두고, 주어진 소유구조에서 어떤 경로로든 경영을 책임지게 된 경영자가 최대한 효율적이고 윤리적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좋다.
 기업들도 명심할 것이 있다. 장기적 계획이나 나아가 회사의 지속가능성 유지는 경영진의 책임이다. 주주는 자신의 투자여건과 전략에 따라 이익을 극대화 하는 단순한 존재다. 주주가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생각해야 할 때는 자신이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을 때뿐이다. 그래서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를 단기 주주라고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영진은 회사, 종업원, 장기주주, 단기주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고 그로써 헤지펀드에 대처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대주주 경영자가 순수한 경영진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도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된 경영판단은 법률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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