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그 놀라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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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그 놀라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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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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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칼럼
▲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경북도민일보]  진리란 스스로 깨우칠 때 자신에게 유용한 것이 된다. 그리고 깨우친다는 것은 마음속으로 이리 저리 따져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다가 문득 알게 되는 이치를 말한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다가 나직한 탄성을 지르게 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그런 깨달음은 잊지 않는다. 비록 세 살배기도 알고 있는 평범한 말일지라도 가슴속에 새겨지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온전히 자기 것이 되어 세상살이에 적용하고 반영한다.
 내게도 그런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은 일상의 전반에 작동되어 삶의 전체를 진보시켰다. 그것은 결코 혁신적이거나 심오하지 않았다. 불꽃처럼 번뜩이는 직관이나 통찰을 통한 영감도 아니었다. 그 깨달음이란 바로 ‘조금만 더’라는 것이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사소한 다툼이 많았던 나는 삶을 뒤돌아보면 늘 부족한 것이 많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결심을 했지만 며칠 못가 이내 허물어지고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자괴감에 빠져들곤 했다. 무엇 때문일까? 왜 나는 달라지지 않는가? 많은 생각 끝에 나는 조금씩만 내 자신을 바꿔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너무 큰 목표들을 세웠고 그리고 단번에 모든 것이 달라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늘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퇴근하면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버린 양말을 빨래통에 집어넣었고 식탁의자나 소파에 내 팽개쳐두던 옷을 옷걸이에 걸었다. “제발 양말하고 옷 좀 아무렇게 던져놓지 말라”고 잔소리 하던 아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칭찬까지 들었다. 내심 나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벗은 양말을 빨래통에 집어넣는 건 10초면 될 일이었다. 벗은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는 것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수고하면 될 일 아니던가!
 어쩌다 집안 일로 작은 다툼이 생길 때도 내가 먼저 조금만 참았다. 그러자 아내도 금방 누그러졌다.
 때로는 아내가 없을 때 방 청소와 설거지를 해놓기도 했다. 그러면 한껏 기분이 좋아진 아내는 “뭐 먹고 싶어. 다 사줄게” 라며 애교를 떨었다.
 운동도 시작했다. 그전에는 퇴근하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축 늘어졌지만 조금만 참고 움직여보자며 시작했던 운동이 이젠 매일 저녁 5km정도는 가뿐하게 걷는다. 팔굽혀펴기도 열 개를 겨우 넘겼지만 조금만 참고 하나만 더해보자 라고 했던 게 지금은 50개를 넘긴다. 집안은 화목해졌고 내 몸도 활력이 솟았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무로 인한 마찰로 동료에게 짜증이 날 때에는 조금 더 참았고, 칭찬할 때에는 조금 더 많이 했다. 그리고 질책해야 될 때에는 조금 더 참고 부드럽게 타일렀다.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조금 더하고,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자 실수도 하지 않게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도 항상 좀 더 양보하고, 좀 더 웃고자 했다.
 운전할때는 조금만 더 천천히 가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니 짜증날 일이 전혀 없었고 운전이 편안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나는 “앞으로는 무엇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던가, 언제까지 이렇게 하겠다.”는 등의 구체성을 정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면에서 ‘조금만 더’를 적용시켜 유연하게 나 자신을 바꾸고자 했다.
 참지 못할 때 조금만 더 참고, 그만하고 싶을 때 조금만 더 하자는 것뿐이었다.
  몇 개월이 지났을 쯤 나는 지금의 나와 그 전의 나를 비교해 보았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 일상생활의 활력, 가정의 화목, 그리고 작게나마 성숙된 인격 등 전반에 걸쳐 확연하게 변화된 나를 볼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 작은 변화들은 서서히 누적되어 습관이 되었고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은 대부분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작은 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단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빙설로 뒤덮인 ‘희고 높은 산’이라는 의미의 알프스 산맥은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은 물은 라인강과 다뉴브강의 발원지가 되는데 같은 지점에서 녹아떨어진 물방울이 오른쪽으로 향하면 북해로 가고 왼쪽으로 흐르면 흑해로 흘러간다고 한다. 그 작은 차이가 멀어지면 수천km 떨어진 각기 다른 바다에 이르게 만든다. 이와 같이 삶에서도 조금만 더 참고, 조금 더 노력하는 이 작은 변화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나는 매일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큰 문제들은 대부분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작은  다툼에서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그 조금을 참지 못해 큰 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산천을 태우는 큰 불도 작은 불씨로 시작된다. 작은 씨앗이 큰 나무가 되고 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이 된다. 작은 좀이 슬어 큰 집이 무너지고, 작은 틈새가 큰 둑을 무너뜨린다.
 이루어진 큰 것들은 작은 성실들이 모인 것이고, 맞닥뜨린 큰 고난은 작은 나태가 쌓인 것이다. 큰 것을 이루려면 작은 것에서부터 충실해야 하고, 큰 것을 잃지 않으려면 작은 것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리고 그 작은 것 위에 기다림을 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순치의 길임을 나는 확신한다.
 내게 ‘조금만 더’는 현재상태가 시작점이므로 항상 새로운 도전이다.  이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작은 변화는 자기개선의 가장 실질적이고 빠른 방법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점점 더 발전하고 진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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