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인, 북방초원 개척 선봉에 서다
  • 모용복기자
기마인, 북방초원 개척 선봉에 서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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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한민족은 본래 기마민족(騎馬民族)이었다.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만주벌판을 가로질러 말을 달리며 활을 쏘고 정복을 하고 수렵을 하며 살아가던 민족이었다. 하지만 농경문화의 정착과 함께 남쪽 반도(半島)로 영토가 쪼그라들면서 드높았던 민족의 기상은 쇠락하고 국운은 갈수록 쇠퇴해 수없이 많은 외침에 시달려야 했다. 고향을 잊어버린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수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민족의 잃어버린 고향 땅에 당당히 발을 들여놓은 기마인(騎馬人)이 있었으니 그가 탄 것이 말 대신 쇠로 만들어진 긴 수레(열차)요 정복이 아닌 개척이 다를 뿐이었다.
지난달 30일 시베리아 횡단열차(TSR)에 탑승한 김관용 경북지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스리스크 구간을 2시간 여 가량 달리는 동안 감개무량에 젖어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북방경제 개척이라는 당초 목적도 잊어버리고 그 옛날 선조들이 말을 달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산하(山河)를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도지사 재임기간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왔던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꿈이 드디어 실현되고 있음을 느꼈다.
김 지사의 이날 행보는 다가올 유라시아 시대에 대비해 경북이 선도적으로 준비할 방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열차 탑승 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과 항만 등 주요 물류시설을 둘러봤으며, 열차에 탑승해 이동 중에는 북방초원실크로드 사절단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신(新)북방정책과 연계한 실크로드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남북철도가 다시 연결되고 중국과 러시아로 국제열차가 다니게 되면 가장 수혜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며 그중에서도 경북이 될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그동안 꿈꿨던 경북이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종착역이자 시발역이 되고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의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주인공이 되는 현장에 서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이런 바람이 단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남과 북은 4·27판문점 선언에 채택된 철도 연결을 위한 협력분과회를 구성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철도·도로와 같은 경제협력 분야는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된 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과 부산, 금강산, 나진을 잇는 동해선은 지난 2007년 5월 경의선 문산~개성역, 동해선 금강산역~제진역 구간에서 시험운행이 한차례 실시된 이후 화물열차 정기운행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재 중단된 상태다.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한이 비핵화를 실천에 옮기고 경제국가로의 변신에 나선다면 동해선 철도연결은 가속페달을 밟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연결되면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물류 대동맥이 구축되고 경북은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명실상부한 교통·물류·경제·문화 허브가 될 것으로 도는 내다보고 있다.
물류대동맥 완성으로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동북 3성을 포함한 거대한 동북아 경제권이 형성되면서 1억3000만 명에 달하는 소비시장이 열리고 아울러 북방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돼 경북의 경제영토가 확장될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바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종착역인 셈이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김관용 지사가 지난 2012년 7월 중국에서 개최된 동북아시아지역자치단체연합(NEAR) 회의에서 처음 발의했다. 이후 경북도에 추진본부가 구성되고 각 분야 전문가 20명이 참여한 기획위원회가 조직돼 중점사업과 장기과제, 추진방향 등 밑그림을 완성했다. 이듬해 3월에는 중앙부처·언론인·유관기관 관계자 24명으로 구성된 ’경북도 실크로드 추진위원회’가 발족,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가결됨으로써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면을 아우르는 한민족 국운 융성의 역사적인 대업(大業)이다. 실크로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라는 불완전한 영토에서 탈피해 대륙으로 힘차게 뻗어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며 그 시발점이 신라 천년의 고도인 역사도시 경주를 품은 경북이다.
경주는 이미 지난해 실크로드 엑스포를 개최해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대한민국은 수 천 년 전 위대한 조상들이 대륙을 호령하던 영화(榮華)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게 되며 세계적으로도 그 위상이 드높아질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남북간 실질적 화해와 경제협력에 맞닿아 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 시작이 판문점 선언이요 열흘 후 열릴 예정인 북미간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제 한민족이 반도에서 탈피해 기마민족의 고향인 북방으로 뻗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한 줌도 안 되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열차 레일의 방향을 비틀려는 허황된 일은 결코 하지 않아야 한다.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서 남북 평화열차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이 열차의 길을 따라 한민족이 세계 속에 다시 위대한 발자취를 남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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