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류의 내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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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류의 내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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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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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배우자에게 운전을 배우거나 차 옆자리에서 길을 안내하다가는 이혼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내비게이션이 나오면서부터 가정에 평화가 왔다.
내비는 최고의 배우자감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참을성이 있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하든, 자기 말을 안 듣고 내 멋대로 다르게 가든, 바로바로 자기 나름 최선의 방식으로 내게 적응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거나 대꾸를 안하는 법은 절대 없다.
지난 5월 8일 구글의 CEO 산다르 피차이가 연례 개발자콘퍼런스에서 듀플렉스(Duplex)라 불리는 구글의 AI를 공개했다. AI 조수가 전화로 미용실과 레스토랑 예약을 하는 것을 시연했는데 참가자 모두가 경악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것 같은 작은 레스토랑의 직원과 통화하면서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허술하고 틀리게 안내해도 참을성 있게 적응해서 대화를 이끌고 나간다.
이제 곧 자동차 길 안내뿐 아니라 매사에 친절하고 성격 좋은 안내자가 탄생할 것 같다.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를 처음 고안했던 크리스 메시나는 듀플렉스를 ‘가장 믿기 어렵고 무시무시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듀플렉스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로 기술 뿐 아니라 사회적 혁신을 주도한다.
구글은 검색엔진으로 출발했다. 현재 검색엔진은 약 10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검색하다’의 영어가 동사 ‘google’이 되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뭐든 다 찾아준다. ‘구글 효과’ 또는 디지털 기억상실증이라는 말도 구글 때문에 나온 것이다. 우리는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언제든지 알 수 있는 정보는 쉽게 잊어버리는 데 그 현상을 말한다.

단순한 항목 검색뿐 아니라 긴 질문도 입력하면 답이 대개 나온다. 질문도 입력하기 시작하면 여러 경우의 수를 다 감안해서 한꺼번에 여러 질문이 뜬다. 대개 다른 사람들이 했던 질문들이다. 영국의 한 토크쇼에서 진행자가 ‘Why is there’를 입력했더니 맨 위에 ‘왜 파키스탄 사람 시체가 내 소파 위에 있지?’라는 질문이 떠서 방청객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구글은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스탠퍼드 공대박사과정에 있을 때 창업했다. 6년 만에 나스닥에서 기업을 공개했다. 2015년에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었다. 유튜브도 자회사다. 작년 브랜드 가치 글로벌 1위 기업이고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애플에 이어 2위다. 약 8만500명이 일하는데 스탠퍼드와 칼텍 출신들이 가장 많다. 컴퓨터 공학 세계 1위인 중국 칭화대 출신들이 학교별 20위에 들어있다.
구글은 구골(googol)의 변형어다. 구골을 실수로 잘 못 쓴 것인데 o가 두 개이고 le로 끝난다는 점 때문에 잘못된 그대로 쓰기로 했다. 구골은 10의 100제곱을 의미하는 큰 숫자다.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1940년에 대중화시켰다. 칼 세이건은 우주 전체의 입자 수가 10의 80제곱 개 정도라고 했으니 구골은 수학적으로 유의미한 가장 큰 숫자 이상의 숫자다. 창업자들은 인터넷의 무한한 정보를 모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구글(구골)로 작명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식과 정보를 소장하고 있는 곳은 미국 의회도서관이나 하버드대 와이드너 도서관이 아니라 구글의 데이터 센터일 것이다. 인류는 기원전 3세기 프톨레마이오스왕의 이집트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지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모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구글은 역사상 두 번째로 시도되는 프로젝트다.구글의 미션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아 정리하고 누구든지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한다“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구글 어스의 광팬이다. 대형 모니터 앞에 앉아서 3D로 마치 그랜드 캐년 위를 비행하는 것 같을 때는 기분이 그만이다. 이제 구글 화성도 있고 구글 유니버스도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도 된다. 이 기술은 키홀이라는 회사가 개발했는데 2004년에 구글이 인수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이나 도시계획, 국방과 정보 수집 등 용도로 개발된 것이지만 내게는 지적인 엔터테인먼트용이다.
구글 어스를 켜고 앉으면 구글이 글로벌 내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다 알고 참을성 있는 구글 AI가 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않게 길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언젠가 구글 덕분에 지구에 평화가 왔으면 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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