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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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흉기(凶器)가 된다모용복의 세상 풍경
모용복기자  |  mozam0923@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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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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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내가 신혼생활을 시작한 곳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에서였다. 부모님 집에 얹혀 생활하다가 결혼을 하고 내 명의로 된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받아들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기뻤다. 비록 그 기쁨이 그리 오래 가진 못했어도.
가을이 깊어갈 무렵인 10월 말 입주를 해서 몇 개월간은 집을 꾸미고 주변을 탐색하고 인접한 산에 오르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여름이 점점 다가오면서 예기치 못한 성가신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빈집처럼 조용하던 위층에 어느 날 사다리차가 왔다간 이후로 우리 부부는 밤이 늦도록 꼬맹이들의 뜀박질 놀이와 함께 해야 했다. 아내와 달리 아파트에서 살아본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그 소음을 견뎌내기 힘들었다. 특히 아래층에 대한 배려는 눈꼽 만큼도 없는 그들이 야속하고 이해가 안 되었다. 결국 열대야로 불쾌지수가 머리꼭대기까지 차오르던 어느 여름 밤 큰 맘 먹고 한 번 올라갔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 모습을 보곤 그만 마음이 약해져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소음에 익숙해져 나중엔 별 신경을 안 쓰게 된 것 같다. 그 때 쌓은 내공 덕택에 지금도 우리 가족은 어지간한 층간소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우리 아파트에는 빨래를 널 수 있는 선반이 외부에 나와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이곳에 불청객이 찾아들곤 했다. 신발이며 인형이며 장난감까지. 아이가 없던 우리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이라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봐줄 만했다. 가끔씩 라면과 같은 음식물이 떨어져 있을 때는 머리가 하얘질 지경이었다. 머리를 창 밖에 내밀고 위를 올려다봤지만 3층인 우리 집에서 20층까지 거리는 너무나 까마득했다. 범인을 꼭 잡으리라고 여러 번 잠복근무를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를 한 끝에 하는 수 없이 경비실에 연락해 방송이 나온 후에야 불청객의 방문도 뜸해졌다.
현재 우리 국민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구 수는 1010만호에 달해 국토 면적 대비 비율이 홍콩,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프랑스의 어느 지리학자가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면 편리한 점이 많다. 크게는 교육시설이나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작게는 방범, 청소, 택배수납 등 이점도 있다. 아파트의 이러한 편리성으로 인해 특히 젊은 층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아파트 거주를 선호한다.
그러나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 또한 많다.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모양을 한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는 까닭에 지역적 특색이 갈수록 소멸돼 가고 있다.
또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처럼 성냥갑처럼 빼곡한 공간에서 가구마다 철저히 차단된 독립생활을 영위하다 보니 이웃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의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바로 옆집에 사람이 죽어 몇 달이 지나도 모르는 게 대수다. 재산상 손해나 이웃한 아파트와 분쟁이라도 벌어질라치면 똘똘 뭉치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근래 들어 아파트가 단점을 넘어 생사(生死)를 가름하는 전장(戰場)터가 되고 있으니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이 층간소음 문제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사소한 말다툼에서부터 가족간 집단 난투극, 칼부림 사태로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이웃 주민이 아니라 원수다. 아파트는 이웃사촌이란 말을 사라지게 한 주범이다.
최근 들어서는 고층아파트 낙하물에 의한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아파트에 밀집해서 살다보니 이러저러한 일이 다반사로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손치더라도 아파트 창문을 통해 떨어지는 낙하물에 의해 사람이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는 일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9일 평택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는 50대 입주민이 어린아이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1.5kg 무게 아령에 맞아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어 22일에는 천안의 아파트 단지에서 약 30cm에 달하는 식칼이 벤치에 앉아 있던 시민 근처로 떨어져 하마터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도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10월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는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던 50대 여성이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해보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 던진 벽돌에 맞아 숨지는 ‘용인 벽돌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또 2016년 5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6살 난 어린이가 9층에서 벽돌을 던져 주차된 차들이 파손되는가 하면 어제는 부산 수영구에 있는 한 아파트 분수대 인근에 철제 사무라이 모형이 떨어져 분수대 주변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앞으로 아파트 숲을 지날 땐 반드시 위를 쳐다보며 다녀야 할 것 같다. 미세먼지 공포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된 것처럼 언젠가는 머리에 헬멧을 쓴 사람들의 거리풍경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
아파트에 살면서 그저 편리함 만을 추구하고 그에 따르는 이웃 간 생활예절이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공동생활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층간소음 다툼이나 낙하물 사고, 주차시비 등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다툼이 남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지 않는 몰지각에서 비롯됨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런 면에서 아파트는 갈등으로 점철된 현대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가 어떤 동물에게는 생사를 결정짓는 날벼락이듯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물건은 낙하과정의 가속력으로 인해 무서운 흉기(凶器)가 된다. 벽돌을 던지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으면 부모가 먼저 벽돌을 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벽돌의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야 한다. 굳이 자녀를 갈릴레이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 당장 아파트를 팔고 옥상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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