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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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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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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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스턴 글로브(글로브) 편집장으로 나오는 마틴 배런은 지금은 워싱턴 포스트(포스트) 편집장이다.
배런은 본의 아니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글로브에 있을 때 글로브는 뉴욕 타임스(타임스) 소유여서 설츠버거 패밀리가 사주였고 포스트에 왔을 때는 그레이엄 패밀리가 사주여서 배런은 전통적인 미디어 지배구조에 익숙한 사람이다.
베조스의 포스트 인수로 갑자기 뉴미디어 시대의 화신인 베조스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환경이다.
모든 것이 다르다고 한다. 베조스는 포스트 구성원들에게 인터넷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요구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 매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어프로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통 뉴스매체들이 디지털 시대에 겪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인력과 시간을 투입한 취재로 깊이 있고 따라서 긴 기사를 작성해 내면 보도와 거의 실시간으로 다른 매체들과 뉴스포털(애그러게이터)이 가져다 그대로 아니면 요약해서 써버린다. 원작자는 표기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트래픽을 빼앗긴다. 베조스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지 다들 궁금할 수밖에 없다.
배런은 한 좌담회에서 베조스도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베조스의 생각은 재정적으로 아직 튼튼한 주요 매체들은 계속해서 깊이 있는 취재와 탐사보도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뉴스포털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씨름해야 하는 것이지 매체들이 저널리즘의 본질에서 타협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다.

포스트는 추가 인력을 두어서 포스트 기사에 대한 자체 에그리게이터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다른 매체의 정보도 가져다 쓴다. 베조스는 철야작업팀을 신설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전체를 스캔해서 자기들이 놓친 것을 찾아내 가져온다. 추가적인 자체 취재도 이루어진다. 추가 취재 결과는 대개 원작에 비해 훨씬 충실하다. 
(근거 없는) 예상과 달리 베조스는 전통적인 저널리즘관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어릴 때 할아버지와 함께 워터게이트 청문회를 보았다고 한다. 권력기관과 공인들은 정치적 성향에 무관하게 언론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에는 베조스 아니라 누구라도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포스트는 지난 대선 때 20명으로 트럼프 검증팀을 두었다.
트럼프가 클린턴과는 달리 공적 영역에서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영화 ‘더 포스트’에 나오는 벤 브래들리 전 편집장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특정 공직 후보자에 대한 선호가 없으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한 적이 있다.
베조스는 포스트에 처음 왔을 때 600명의 직원들을 모아놓고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많은 직원들이 실시간 트위터를 했고 내용 일부는 지역 언론에 나갔다. 베조스는 아마존과 포스트의 기업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베조스는 아마존이라고 해서 다른 기업들과 달리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고 포스트는 베조스의 희망에 따라 아마존에 비판적인 기사도 종종 낸다.
베조스의 포스트 인수 후 미국에서는 글로벌 거인이자 종종 역사의 흐름까지 바꾼다는 전통의 명문 타임스와 지역신문에서 출발해서 펜타곤 페이퍼, 워터게이트를 거치면서 전국 신문이 되고 베조스의 인수로 디지털 강자가 된 포스트의 경쟁을 모두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디지털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타임스도 디지털 환경에 초고속으로 적응한 매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베조스가 인터넷 세상의 유일한 지존은 아니다.
타임스의 공익편집장을 지낸 마가렛 설리번의 지적처럼 이 경쟁의 승자는 결국 누가 공정성과 정확성에서 뛰어날 것인지가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힘 있는 매체가 될수록 권력에 가까워지고 스스로도 권력이 되는데 그 권력에 취하지 않아야 한다. 전략적으로가 아니라 본성이 겸손한 사람들이 어디에 더 많은지도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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