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품에 안긴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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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 품에 안긴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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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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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지난 12일 미국 연방법원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법무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작년 10월부터 진행되었던 소송이 끝나 1090억달러짜리 대형 M&A가 성사되었다. 그런데 타임워너의 자산에는 CNN이 들어있다. 가짜뉴스라고 CNN을 미워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나는 잦은 해외 출장과 여행으로 한 20여년을 보냈는데 여행에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켜고 항상 켜두는 것이 CNN이다. CNN과 20년을 같이 한 것이다.
24시간 뉴스만 내보내는 방송은 지금은 국내외에 많지만 1980년 6월 1일에 미국의 CNN이 처음 송출을 시작했을 때는 파격이었다. CNN은 글로벌 미디어산업에서 전설로 남은 인물인 테드 터너가 만들었다. 당시 모험이어서 비용을 줄이려고 물가가 싸고 노조가 없는 아틀란타에서 시작했다.
같은 내용을 재탕, 삼탕으로 내보낼 수는 없으니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취재해서 보도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초기 투자금 2000만달러와 월 고정비용 수백만달러가 필요했다. 뉴스룸을 모두 전자화하고 라이브 방송과 교신을 모두 위성으로 하는 경우 300명이면 가능할 거라는 계산이 나와 그대로 시작했다.
CNN은 1991년 1차 걸프전에서 공중파 3사 ABC, NBC, CBS를 따돌리면서 자리를 잡았다. 개전 직후 유일하게 이라크 내부에서 라이브로 전황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화면은 없었지만 거의 모든 방송사들이 받아 보도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CNN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백악관부터 모든 정부 기관이 CNN 라이브로 속보를 본다. 정부의 정책과 전략 결정 과정에 CNN이 사실상 참여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대통령이 보는 속보는 항상 CNN 화면이 나오는 데 요즘은 아예 실제 앵커가 ‘연기’한다. 911도 CNN이 가장 먼저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CNN의 파워로 유명 앵커들이 몇몇 탄생했다. 최근의 대세는 짧은 흰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앤더슨 쿠퍼다. 쿠퍼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 토크 쇼 출연도 자주 한다. 영화 ‘채피’와 ‘배트맨과 수퍼맨’에도 나온다. 물론 앤더슨 쿠퍼 역할로 나온다.
쿠퍼의 모친이 글로리아 밴더빌트다. 당대에 유명했던 디자이너다. 역사상 가장 부자였다는 커널리우스 밴더빌트의 후손이다. 아들한테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쿠퍼도 유산 상속은 성취동기를 감소시키는 것(initiative sucker)이라고 한다.

그냥 부자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부자의 후손이면 어떻게 살까. 나름 편하고 화려한 인생을 살 수도 있겠지만 쿠퍼는 힘든 방송기자의 인생을 택했다. 전 세계의 분쟁지역과 재난지역을 샅샅이 다니며 취재, 보도했다.
어렸을 때부터 뉴스중독자였던 쿠퍼는 방송 진출이 여의치 않을 때 기자증을 위조해 다니기까지 했다. 아랍의 봄을 취재할 때는 이집트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해 밀행을 했다.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라이브로 방송되기도 했다.
테러 단체들이 있는 분쟁지역 취재는 고생도 고생이거니와 생명을 건 일이다. 미국이나 영국 기자들은 본보기로 비디오 앞에서 살해되기도 한다. 오래전에 KBS의 용태용 기자가 하마스에 억류되었다가 가자지구에 단신으로 들어가 협상한 마영삼 당시 이스라엘 대사의 도움으로 풀려난 일도 있다.
CNN뿐 아니라 신문, 통신, 거의 모든 매체가 24시간 속보 경쟁이다. 뉴스 사이클이라는 개념이 흐려지고 있다. 다수 언론사들이 우선은 수지를 맞춰 생존해야 하는 영리기업이기 때문이고 나아가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희석이 불가피하다. 언론의 선정주의와 엔터테인먼트화가 심화된다. 사실보도가 오피니언에 자리를 내준다. 팩트체크와 깊이 있는 분석이 줄어든다.
나를 포함해서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뉴스중독자다. 스마트 폰 때문인 것 같지만 우리 인간은 원래 DNA에 뉴스중독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바다 건너에는 뭐가 있을까. 끝없이 궁금해 한다. 사실은 정보중독이다. 수업 중인 학생들도 내 강의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노트북 너머로 뭔가 다른 걸 부지런히 함께 보는 눈치다.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 같은 뉴미디어의 부상으로 전통 미디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뉴미디어들에게 고객과 수입을 뺏기고 있어서다.
AT&T와 타임워너의 수직결합도 그에 대한 반응의 하나다. 21세기 폭스와 스카이가 합병한 것도 같은 이유다. 디즈니와 21세기 폭스는 합병을 진행 중이고 바이아콤과 CBS는 합병을 저울질 하고 있다. CNN은 타임워너와의 합병 시너지를 같이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CNN 설립자 터너는 유엔에 1조원을 포함해서 수많은 자선사업에 통 큰 기부를 했다. 지금은 5만마리의 바이슨을 관리하며 농장에서 지낸다. 이미 30년 전에 종이매체의 한계를 간파했고 언론 파워의 독과점을 우려한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세상 끝까지 커버한다”는 터너의 CNN 설립철학은 아직도 살아서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통신사 AT&T가 CNN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잘 지켜볼 일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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