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난민 섬’ 으로 변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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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난민 섬’ 으로 변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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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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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종 뉴스1 고문

[경북도민일보 = 뉴스1] 6월 20일, 오늘은 ‘난민의 날’이다. 한국인들은 유엔이 이런 날을 제정한 줄도 모르고 산다. 그런데 난민 사태가 갑자기 우리의 문제로 튀어 나왔다. 제주도에서.
지금 제주도는 난민 논쟁에 휘말려 있다. 올해 예멘 난민들이 몰려와 대거 난민 신청을 하면서, 제주도는 느닷없이 ‘난민의 섬’이 됐다. 도지사부터 과수원 주인까지 황망한 상황에 처했다. 인도적으로 이들을 구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혐오집회와 청원이 등장했다.
논쟁의 도화선은 최근 몇 달 동안 예멘인 561명이 제주도에 들어왔고,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뜨거워졌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반도 남쪽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다. 현재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교 갈등으로 내전 상태에 있으며, 약 18만명의 예멘인들이 위험을 피해 중동을 비롯해 동남아에 흩어져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왜 제주도가 갑자기 예멘 난민의 피란처로 변했을까? 이유는 단순해 보인다. 제주도는 무사증(無査證:No-visa) 지역, 즉 비자를 받지 않고 입국해서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곳이다.
예멘 난민들은 이 제도를 이용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도로 들어왔다. 말레이시아 역시 무사증 입국이 허용되는 국가다. 예멘 난민들은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들어왔다가, 체류 연장이 안 되자 제주도를 찾아 들어온 것이다. 마침 작년부터 제주도와 말레이시아를 연결하는 저가항공 노선이 생기면서 말레이시아에 피신해 있던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쉽게 상륙할 수 있었다.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인터넷과 SNS 소통의 기능을 한다. 제주도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이 ‘제주도가 난민들에게 좋은 곳’이라는 얘기를 띄우면서 예멘은 물론 곳곳에 피난 중인 난민들이 제주도를 정착지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예멘 난민이 몰려드는 사태가 벌어지자 법무부는 예멘을 무사증 입국 대상국에서 제외해 예멘인 입국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한눈팔며 난민 정보를 파악해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고, 이미 난민 신청을 한 549명의 예멘인 처리 문제가 적잖은 파장과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난민법도 제정돼 있어 난민을 보호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 신청자는 난민심사가 끝날 때까지 강제추방이 안 된다. 심사에 떨어져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몇 년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법무부는 이들을 제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이들은 제주도 안에서 먹고 자야 한다. 

549명이면 제주도의 웬만한 마을 하나의 인구다. 난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예멘에서 떠날 때 1년분 생활비를 갖고 나왔으나 물가가 비싼 제주도에서 한두 달 동안 숙식비로 모두 써버린 상태라고 한다. 이들에겐 먹을 음식과 거주할 곳을 마련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제주도의 지식인들 사이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동정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는 명분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주교 등 일부 종교인들, 인권 및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난민 신청을 해도 법규에 의해 6개월 동안 취업이 불가능하다. 예멘 난민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이 이들 예멘 난민들에게 취업허가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제주도청도 어색하게 취업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논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대부분 제주 도민들은 예멘 난민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무사증 입국으로 들어온 중국인들의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인이 성당에서 예배 중인 주민을 찔러 죽였다. 제주도 주민들은 테러가 끊이지 않는 중동의 무슬림 국가 출신들이 대거 몰려오는 것 자체에 겁을 먹고 있다. 예멘 난민들 대다수가 20~30대 젊은 남성들이라는 점에서 성범죄 가능성도 높게 보는 것 같다. 또한 일자리가 없는 제주도에서 이들 난민이 일자리를 뺏는 결과도 두려워하고 있다. 청와대의 민원게시판에 난민반대를 청원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오자 인종적 편견과 허위사실이라는 판단에서 모두 지워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대응은 굼뜨고 미온적이다. 
난민 문제는 국제적으로 대단히 민감하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에 약 60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있다. 아프리카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중동 난민의 유럽 이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분열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계기로 드러난 정책적 허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외교부의 책임이 큰 것 같다. 예멘에 종교분쟁에 의한 내전상태가 벌어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난민이 넘쳐나고 무사증 제도를 채택한 말레이시아에 예멘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서 외교부가 난민 정보를 수집하고 만약의 사태에 준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차 이미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이 가족과 재결합을 원하며 국제기구에 호소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자리가 없는데도 이 많은 난민을 제주도가 떠안고 있어야 하는가. 정부와 지방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한 협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는가.
이 기회에 제주도 무사증 입국 제도를 성찰할 필요도 있다. 제주도는 2001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무사증 입국을 허용했다.
일찍이 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 중국인 입국자들이다. 사실 제주도에서 난민신청을 한 것은 중국인이 예멘인보다 훨씬 많다. 중국인 난민 신청은 2015년부터 계속 늘어 현재 1000명이 넘었다. 게다가 무사증 입국으로 제주도에 들어왔다가 체류 기한을 넘겨 불법 체류자가 된 중국인 숫자는 약 1만1000명에 이른다.
정부와 제주도 지방 정부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하게 읽어야 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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