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숲 창작시극 ‘다시, 여기에’… 포항시민 지진 아픔 달랜다
  • 이경관기자
시숲 창작시극 ‘다시, 여기에’… 포항시민 지진 아픔 달랜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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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 선정 작품
30일 오후 7시 포항 중앙로서 공연
11·15지진 겪은 ‘남자’와 ‘땅’ 이야기

 우리는 무언가를 잃고서야, 그것이 자신에게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지난해 발생한 11·15지진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일상의 소중함을 지금 이곳의 가치를 느끼게 했다.
 아름다운 시와 함께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하는 특별한 공연이 마련돼 화제다.
 시극공연 전문예술단체 ‘시숲’은 오는 30일 오후 7시 포항시 중앙로에서 창작시극 ‘다시, 여기에’를 공연한다.
 시숲은 지난 2011년 포항시립도서관 ‘시의 숲을 거닐다’ 강좌를 통해 생긴 후속모임으로 시극을 하는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아마추어였던 시숲은 지난 7년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유일한 시극공연전문예술단체로 성장했다. 이번에 공연하는 창작시극 ‘다시, 여기에’는 ‘2018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작품’으로 시숲에서 총연출과 극본을 맡고 있는 최미경 시인이 직접 창작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발생한 11·15지진을 겪은 한 ‘남자’와 지진을 일으킨 ‘땅’의 이야기다.
 “더 이상 못 참아요. 내가 어떻게 달라지나 지금부터 잘봐요.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 곳, 이 땅 위가 어떻게 달라지나. 잘 보라구요.”(‘다시, 여기에’ 중‘땅’의 대사)

 시극은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보호하지 않고 파괴하기만한 인간의 이기심을 ‘땅’의 대사를 통해 오롯이 그려낸다.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던 땅은 자신을 아끼지 않는 인간에게 화가 났고, 이윽고 움직이기에 다달았다. 땅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을 아프게만 하던 인간들에게 그저 경고를 주려했었지만 그 사건은 평생을 포항에서 살게했던 ‘남자’를 내쫓는 상황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평생을 포항에서 산 노년의 ‘남자’는 지진으로 벽이 갈라지고 지붕이 무너진 집에 들어가 앨범을 찾는다.
 “이 집은 제 어머니랑 아버지가 살던 집입니다. 두 분이서 정말 열심히 돈을 모아서 지었던 집입니다. (…)이 집은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만큼 추억도 많고. (…)다른 건 다 못가지고 나와도 이건. 이 앨범만은 여기 혼자 두게 할 수 없죠. 여 안에는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도 있다 아닙니까.”(‘다시, 여기에’ 중 ‘남자’의 대사)
 남자는 앨범을 보며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고 평생을 동반자로 살고 있는 아내도 떠올리며 자식들의 커가는 모습도 한 장면씩 떠올린다. 사랑하는 가족의 추억이 깃든 집과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마음에 울적해진 남자 앞에 땅이 나타나 “미안하다” 사과해달라 말한다. 남자는 그 땅 위에서 부모님도 행복하게 살았고, 자식도 잘 컸고, 손주들도 잘 뛰어논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함부로 대했던 ‘땅’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한다. 남자는 추억이 깊게 베인 이 땅에서 고치고 또 고쳐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다시, 여기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새겨 그렇게 다시 일상을 살아가겠다고. 땅 위의 모든 것들은 땅과 더불어 생존하고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는 잊지 않겠다고.
 창작시극 ‘다시, 여기에’서는 ‘땅’과 ‘남자’의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시 5편을 만나볼 수 있다.
 박지웅 시인의 ‘우리엄마’, 이상국 시인의 ‘아버지가 보고싶다’, 김용택 시인의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문태준 시인의 ‘한호흡’, 박제영 시인의 ‘거룩한 계보’까지.
 이들 시는 땅과 남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관객들까지 삶과 가족, 일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이번 창작시극을 쓰고 ‘땅’ 역할을 맡은 최미경 시인은 “‘다시, 여기에’는 흔들린 땅 위에서 사랑하는 가족과의 추억,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는 남자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의미를 묻는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가만히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을, 파괴돼 가는 자연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점숙 시숲 대표는 “시숲은 대중들이 시를 좀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시와 이야기를 엮어 선보이고 있다”며 “강좌의 후속 모임으로 시작했던 시숲이 현재 전문 문화예술단체로 성장하기까지 멤버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최미경 선생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영식 시숲 회장은 “시숲이 선보이는 시극은 시와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라며 “이번 시극은 우리의 이야기로 직접 창작한 시극인만큼 많은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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