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은 왜 파랑에 물들지 않았을까
  • 모용복기자
달구벌은 왜 파랑에 물들지 않았을까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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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복의 세상 풍경
▲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이변을 꼽으라면 그동안 텃밭으로서 보수정당에 든든한 자양분을 공급해왔던 영남권이 드디어 진보세력에 의해 허물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2000년 이후 네 번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대구와 경북, 부산, 울산에서 기초단체장을 낸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이 뿐만 아니다.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싹쓸이 한 것은 물론 나아가 기초단체장도 20곳이 넘는 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한 때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TK지역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구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가 한 치 앞도 모를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대구 민심이 왼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예상을 깨고 10% 이상 득표율 차이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동구, 달서구 등 민주당 승리가 점쳐진 곳에서도 결국 한국당 아성을 무너뜨리는데 실패했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생가가 있는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대구에서 기초단체장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집권 여당에게 뼈아픈 일인 동시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가 경북보다 더 보수적인 도시인가?’ ‘박정희 향수보다 박근혜에 대한 동정이 더 큰 걸까?’
 이러한 의문은 선거 일주일 후에야 비로소 풀렸다. 그것은 박정희 향수도, 박근혜 동정론도 아닌 바로 먹고사는 문제였다.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소상공인 매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 당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46만원에 비해 12.3%나 급감했다.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소매업, 숙박업, 학원 등 7개 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소상공인은 직원 5명 미만의 서비스업이나 10명 미만의 제조업 등 영세사업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서민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특이할 점은 전국 대도시 가운데 대구 자영업자 매출 하락폭이 전국 최고로 높다는 점이다. 대구는 이 기간 32%나 급락해 서울(-28.6%), 세종(-20.5%), 대전(-16%), 경기(-10.7%) 등을 훨씬 웃돌았다.
 대구의 자영업자 비중이 전국 최고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구는 지난해 자영업자 비중이 22.8%에 달하며, 인구 1000명 당 사업자 수도 서울 다음으로 높다. 이처럼 자영업의 도시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매출이 가장 급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구시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자영업 매출이 줄어든 것은 만성적 내수부진에다 지난해까지 호조를 보이던 수출마저 올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 풀 꺾인데 이어 올해 초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저인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종업원을 내보내고 가족 끼리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적자를 봐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종업원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개 1~2년 버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요즘 대구 도심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옆집이 빈 점포로 바뀌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불어 닥친 파랑(더불어민주당 상징색) 광풍(狂風)이 유독 달구벌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비록 보수와 과거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서민의 팍팍한 삶의 현실이 현 정권에 선뜻 마음 주기를 주저하게 만든 결과는 아닐까.
 현 정부가 대구시민과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한 대구는 앞으로도 파란색에 물들지 않는 도시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서민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이 무너지면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서민경제가 무너지면 지역경제 전체가 파탄난다. 대구 자영업 매출 감소를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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