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는 국회, 특활비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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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하는 국회, 특활비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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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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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그동안 ‘눈먼 돈’이라 비판을 받아온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지급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된 가운데 사용처와 사용방식 등을 놓고 국민적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법원의 사용내역 공개 결정에 따라 참여연대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1~2013년 3년간 국회 특활비로 지출된 금액은 총 240억원에 달한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드는 경비로 국가기밀업무나 정보수사가 필요할 때 현금으로 지급되며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날 참여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국회에서 사용한 특활비가 과연 이런 용도로 쓰였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19대 국회 개원식에 특활비 300만원이 쓰였는가 하면 국회의장이 국제회의 참석차 공항에 나갈 때는 환송행사 명목으로 150만원이 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원식과 환송행사 때 어디에 구체적으로 돈이 사용됐는지 알 길이 없다. 또한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 때마다 수 천 만원의 특활비를 지급받았는데 교통편과 의식주가 공식경비로 처리돼 따로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왜 특활비가 필요하며 또 어디에다 돈을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다. 국회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들은 특활비를 월급처럼 받아 챙겼다. 교섭단체대표는 매월 6000여만원,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들은 600여만원을 지급받았으며 더군다나 상임위가 열리지 않는 달에도 돈은 꼬박꼬박 지급됐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매월 1000만원을 따로 받아 간사, 위원, 수석전문위원에게 나눠줬으며 예결특위와 윤리특위도 매달 600만원을 받았다. 예결특위가 예결산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만 활동이 집중되고 윤리특위는 회의조차 열지 않는데 왜 매달 특활비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 국민 세금을 ‘눈먼 돈’이라 여기고 엿장수 마음대로 주무른 것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또한 의원연구단체와 관련한 특활비를 매년 5억여원 책정해 연구단체들에 차등지급했으며 국회 일반 공무원들에게도 국회운영조정지원, 의정활동지원이란 명목으로 특활비가 지급되기도 했는데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특활비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다.
 최근 40일이 넘도록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회의장이 세비를 반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나 대부분 의원들은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세비를 꼬박꼬박 챙겼다. 세비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이 낸 세금이다. 이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고 월급을 챙기는 것도 분노할 일인데 이번에는 국민세금인 특활비를 자기네들 마음대로 ‘쌈짓돈’ 쓰듯 한 것이 드러났으니 강도(强盜)가 따로 없다.
 국회 특활비 사용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고조되자 지난 5일 정치권은 일제히 제도개선을 약속하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집권여당이자 원내 제1교섭단체로서 그동안 성찰과 반성없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데 대해 국민들 앞에 송구한 말씀을 올린다”며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 앞에 떳떳한 국회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도 “특활비 관련 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해서 국회 차원을 뛰어넘어 모든 기관의 특활비가 국민 정서에 맞게 지출되고 증빙될 수 있도록 근본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식언(食言)을 거듭해온 정치권이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는 의문이다. 국회는 현역의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지금까지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만약 국회가 제도개선 의지가 있다면 이것부터 공개하는 게 순서다. 그래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또는 아닌지 국민 앞에 드러내고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한 뒤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제도개선에 임해야 한다.
 국회가 최근 특활비 상납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국정원 특활비를 폐지하기 위해 입법 추진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제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국회의 처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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