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公權力(공권력)은 空權力이다
  • 모용복기자
대한민국 公權力(공권력)은 空權力이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지난 10일은 우리나라 공권력(公權力)에 조종(弔鐘)이 울린 날이다. 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무참히 스러져간 故 김선현 경감과 함께 대한민국 경찰의 권위도 땅 속 깊이 묻혔기 때문이다.
이날 유족, 경찰관, 주민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경찰청장장(葬)으로 열린 故 김 경감의 영결식장은 눈물이 바다를 이뤘으며, 비통한 분위기는 이루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동료 경찰관의 조사(弔詞)와 고별사에는 국민 안전과 생명의 마지막 보루(堡壘)인 경찰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절망과 서글픔이 넘쳐났다.
지난 8일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에서 “아들이 난동을 부린다”는 어머니의 신고가 파출소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양파출소 소속 고(故) 김선현 경감과 오모 경위는 화분을 깨부수던 아들 백씨(42)를 말리는 과정에서 그가 휘두른 흉기에 김 경감이 목 부위를 찔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조용한 농촌마을에서 벌어진 경찰관의 죽음은 우리나라 공권력 추락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TV나 영화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경찰관의 인명피해는 주로 폭력배나 강도와의 몸싸움 등 위급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주취, 흉기 난동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을 상대로 욕설이나 폭행을 일삼는 행위는 이제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오죽하면 행안부장관, 경찰청장, 소방청장이 나서 ‘공권력에 대한 폭력과 언어폭력을 멈춰 달라’는 기자회견을 했겠는가. 이런 일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경찰관 폭행은 주로 주취자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예멘인 유학생이 인천 남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는가 하면 2월엔 충북 충주에서 경찰이 주취자가 휘두르는 낫을 피하려다 넘어져 발목 골절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 4월엔 경남 밀양에서 임관 2개월의 새내기 순경이 주취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흉기로 등과 다리를 찔려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같은 달 경남 통영에서는 만취한 피의자가 경찰관을 폭행해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출동한 사고현장에서 용의자로부터 공격을 당한 경찰이 2443명이나 되며 순직한 경찰도 76명에 달했다. 통계상으로 하루에 20명이 넘는 경찰이 주취자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15명이 넘는 경찰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경찰이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파수꾼이기 전에 자신의 안위와 생명부터 돌봐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공권력 경시 풍조는 경찰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도 수난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전북 익산에서는 여성 소방공무원이 도로변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40대 남성을 병원으로 옮기려다 심한 욕설과 함께 수 차례 주먹으로 머리를 맞은 뒤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에게 위협과 폭행을 가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경찰의 공무집행 행위를 방해하고 소방관들의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한다면 국민의 안위와 재산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전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질서를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행위로서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왜 반복해서 발생하며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형법 제136조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소방기본법 위반죄는 최대 5년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중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소되는 경우도 적지만 기소된다고 해도 벌금형이나 훈방조치가 대부분이다. 법원이 주취자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잣대를 적용해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공권력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나쁜 풍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급기야 경찰과 소방관들 스스로가 자구책 강구에 나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테이저건이나 가스총 사용 요건 완화 등 경찰 무장 강화와 폭행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근무한지 3년 된 20대 남자 경찰관이 “국민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 경찰관은 술에 취한 시민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20번 이상 폭행을 당했다면서 얼굴에 침을 뱉거나 주먹으로 얼굴, 가슴, 배 부위를 가격 당하는 등 하루도 빠짐없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며 경찰관에 대한 폭행과 협박죄를 신설하고 주취자에 대해서는 2배로 가중처벌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 경감 순직을 계기로 경찰청 내부망에는 ‘김선현법을 만들자’,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소방청도 구급대원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소지하고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공권력 경시풍조현상은 도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주폭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넘어 국민들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대부분이 가벼운 처벌로 인해 재범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이들을 가볍게 처벌하는 바람에 경찰과 소방관, 나아가 국민들의 안위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중의 지팡이’는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이것이 흔들린다면 사회는 질서와 기강이 무너져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제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자(者)들에게 ‘지팡이’의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 공권력 강화를 위한 전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역량결집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