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의 5세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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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의 5세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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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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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LG에서 40세인 4세로 승계가 이루어져 화제가 되었는데 올해 1월 미국에서는 상장회사이고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뉴욕 타임스(타임스)에서 37세인 5세로 승계가 일어났다.
타임스의 새 발행인 아서 그렉 설츠버거(AG라고 불린다)는 미국 언론계에서는 교황 선출에 버금가는 관심을 받아 ‘등극’했다. 헝거 게임 못지 않았다. 워낙 오래된 집안이고 집안에 쟁쟁한 경쟁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타임스는 AG의 증조부 아돌프 오크스가 타임스를 사들인 1896년 이래 가족기업이다. 가업은 사위에게 승계되었다가 1963년에 그 아들에게로, 1992년에 다시 그 아들 아서 오크스 설츠버거 2세에게로 넘어갔었다. 기업공개를 한 해는 1967년이다.
AG가 사촌들을 제치고 낙점을 받은 것은 가장 진보적이라는 것과 디지털 미디어의 잠재력과 연계된 사람이라는 데 있다. 설츠버거 2세도 와튼스쿨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타임스의 국제화와(중국어판) 신속한 디지털 혁명을 든 바 있다. 물론 디지털 강점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쨌든 현재 형태의 미디어 공룡을 이끌어 나갈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영향력있는 대형 미디어 회사가 세습 가족경영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머독 패밀리가 하는 월스트리트 저널 외에는 잘 없다. 그레이엄 패밀리의 오랜 가업이었던 워싱턴 포스트는 아마존의 베조스에게로 넘어갔다.
미국에서도 언론사가 일반 기업들처럼 소유가 분산되어서 특정 패밀리로부터 절연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논의가 있고 특히 가족기업은 재정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타임스도 재정난 때문에 세계 2위의 부호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은 적이 있다.
타임스는 A형, B형 주식의 차등의결권제도를 택하고 있어서 슬림은 현재 A형을 17%를 넘게 가진 최대주주지만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발언권이 없다. 사실상 채권자인 셈이다. B형 주식을 가진 오너 일가가 90% 정도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이사 14인 중 9인의 선임권을 가진다.

세습경영이나 ‘족벌경영’은 부정적인 말로 쓰인다. 서구에서는 비교적 드문 현상이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폭풍에 휘말리기 쉬운데 가족 기업을 보존한다는 특유의 책임감을 가진 발행인이 그 상황을 극복하기 쉽다는 논리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케이 그레이엄 자서전을 보면 회사를 경영하면서 항상 선친의 유지나 기업가정신, 언론의 사명을 의식했음을 볼 수 있다. 전문경영인은 회사경영의 성패가 자기 자신 차원에서 끝난다. 자신의 명성과 지위가 걸려있는 것이 다다. 그러나 2세, 3세들은 잘못하면 선친이 이룬 것을 자기가 다 무너뜨리고 자식들에게도 넘길 수 없다는 의식이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하거나 오버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책임감도 생길 것이다.
언론사는 진실을 말하고 보도함으로써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 권력과 맞설 때는 사운을 걸어야 하는 것이 언론사다. 송사에도 자주 휘말리고 정권에 밉보이면 세무조사도 당한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에는 카톨릭 교회와의 어려운 일전에 앞서 보스턴 글로브 편집국장이 발행인과 마지막 상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에서도 워싱턴 포스트가 닉슨행정부와 맞서는 결정을 내릴 때 결국은 발행인이 가장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발행인은 회사가 돌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해 오고 자신이 가진 신용과 사회적 자산으로 회사와 기자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가진 사람이다. 유서 깊은 가문의 배경이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이런 논리는 일반 기업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 그러나 그런 파워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언론이 아닌 일반 기업이 그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스웨덴의 발렌베리가 사회의 인정을 받아 세습경영을 하는 데도 5세대에 걸친 검증을 받았다.
여기서 핵심은 회사를 잘 보전해서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해 관리한다는 이른바 스튜어드십 정신이다. ‘오너’는 회사가 어려울 때는 몸을 던져 건져내고 임직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겸손한 관리자여야 한다. 발렌베리의 모토도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다.
우리는 3세의 경영능력 검증을 강조한다. 3세가 능력이 출중해서 실적을 내고 회사를 성장시켜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지 않은 대기업을 잘 끌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능력은 전문경영인들 것을 빌리면 된다. 책임감 있고 겸손한 관리자형 3세 승계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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