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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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이기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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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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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대 포항문화원장대행

[경북도민일보] 열두 번째 절기인 대서(大暑)가 오기도 전에 장마는 짧게 지나가 버리고 폭염과 열대야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일 무더위에 갱신되는 기온은 불면의 밤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턱턱 막히는 숨 한 자락의 끝은 “피서, 떠나자”는 외침이 뇌리를 강타합니다.
지난달 포항문화원에서는 22년째 세시풍속의 하나인 단오절을 포항시민의 민속축제로 승화시켰습니다. 다가올 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내는 선조들의 삶을 축제로 풀어냈습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음력 5월 5일 맹하(孟夏)에 있는 단오는 4대 명절 중 하나였습니다. 단오(端午) 이후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조선식의 축제를 통해 건강한 피서법을 홍보하는 교육 효과까지 진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부치는 채’인 ‘부채’를 나누어주는 풍속입니다. 특히 단오 때 나누어 주는 부채를 단오선(端午扇)이라 합니다. 고관대작부터 백성들에 이르기 까지 골고루 나누어 가졌습니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없는 시기였으니 부채는 시절 방물(方物)로는 ‘흔하디 흔하며 귀하디 귀한 것’이었습니다. 냉방병 걱정 없는 땀에서 빚어지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채입니다. 멋 또한 지족(知足)입니다. 대나무 이음으로 뼈대를 만든 접부채는 펼쳐지는 마디마디에 세필(細筆)만이 만들 수 있는 인문학을 담아내는 교훈서이기도 했습니다.
찬물에 발 담그며 부채바람 속에 넘어가는 책 한 쪽의 삼매경, 여름밤을 보내는 모습, 상상만 해도 시원하지 않으십니까?
벌써 초복(初伏)입니다. 복(伏) 또한 더위를 이기는 지혜입니다.

복에 먹는 음식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습니다. 진리인냥 어느덧 관습이 되었습니다.
더울 때는 잘 먹어야 합니다. 계절음식은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중하(仲夏)인 7월은 청포도가 제철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가 생각납니다.
“내 고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리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이육사 ‘청포도’ 전문)
청포도의 연두 빛 한 구절로 더위가 물러갈 것 같습니다.
마음 나눌 이들과 주저리 주저리 마을 전설을 나누며 더불어 영일만의 여름밤을 보내면 먼 곳 여행의 피서법보다 멋진 피서가 되지 않을까요?
선조들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아니, 더운 날씨에 순응하고, 계절의 흐름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기 위해 행했던 다양한 삶의 지혜를 떠올려봅니다.
더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을의 풍요를 기약하면서 선선한 가을바람에 밀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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