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인생(人生)
  • 김대욱기자
월드컵과 인생(人生)
  • 김대욱기자
  • 승인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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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욱 편집국 정경부장

[경북도민일보 = 김대욱기자] 최근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한 달간 월드컵 참가국 국민들은 저마다 자국의 선전과 승리를 기원하며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국가들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즐겼다.
4년마다 한 번씩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월드컵을 보면서 도대체 월드컵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전 세계인들을 몸살나게 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이에 대해 단일 종목 최대의 국가 대항전, FIFA(국제축구연맹)의 대대적인 홍보 등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역시 축구가 갖는 매력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축구는 매우 단순하고 비과학적인 스포츠다. 양팀 총 22명의 선수가 축구화 외에는 아무런 다른 장비 없이 축구공 쟁탈전을 벌여 상대방 골문에 공을 넣는 운동이다. 경기규칙도 단순해 공과 공터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나타났듯이 축구는 정말 운도 많이 작용한다. 수비 시 발생하는 자책골과 핸드볼로 인한 페널티킥 실점 등 어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핸드볼로 인한 페널티킥은 ‘복불복’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격수가 찬 공이 우연찮게 수비수의 손에 맞아 전혀 고의성이 없는데도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사례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러차례 나타났다. 어떤 때는 공격수가 슛한 볼이 수비수를 맞고 방향이 바뀌면서 행운의 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축구에서 심판의 권한은 절대적인데 심판 판정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역대 월드컵에서 심판의 오심이 월드컵의 역사를 바꿔놓은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봐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번 월드컵에서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s·비디오 판독 시스템)까지 도입했지만 이 또한 공정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축구는 실력 이외에 변수가 너무 많은 종목이다. 이런 변수들은 일순간에 경기흐름을 바꾸고 승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해 21C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축구가 과연 적합한 스포츠인지 의구심이 들때까지 있다. 하지만 세계인들은 여전히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지구촌이 이런 비과학적인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바로 그 비과학성에 있지 않나 싶다.
철저히 계획되고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이 없을 정도로 비과학적인 축구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어쩌면 축구에서 무수히 발생하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우리 인생(人生)의 그것들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구촌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어쨋든 축구는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 인생과 무척 닮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것을 느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승리가 무척 절박했는데 그것이 좀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축구나 인생이나 승리와 성공이 너무 절박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월드컵과 인생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승리와 성공을 열망하고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너무 절박하면 급한 나머지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선수들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선을 다해 뛴 것에 대해서는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승리가 너무 절박한 나머지 결정적 실점 위기가 아닌데도 페널티킥 위험 부담이 있는 태클을 남발하는 등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 이는 곧바로 핸드볼 등에 의한 페널티킥으로 이어져 어이 없게 실점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승리에 대한 처절할 정도의 절박함은 선수들만의 탓은 아니다. 우선 우리 국민들이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좀 더 여유를 갖고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선수들도 승패에 좀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의 월드컵에서 우리의 성적은 더 좋아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기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공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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