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연일 무더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주 영천 신령과 하양의 낮 기온이 40도를 올라갔다. 기상대에 따르면 111년 만의 무더위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살인 같은 더위 때문에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분들이 많다. 무더위는 사람뿐만 아리나 가축과 밭작물에도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여름철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는 ‘휴가의 계절’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처럼 산이든 바다든 시원한 곳이 그리운 계절이다.
노동 후의 휴가는 시원한 냉수와도 같다. 열심히 일한 사람은 반드시 쉼을 찾아 떠나야 한다.
이해인 수녀는 휴가라는 단상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휴가 때는 긴장을 풀고 느슨하게 늦잠도 잘 수 있어 좋다. 한때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답지 않게 요즘은 낮에도 밤에도 잠을 자주 청하고 쉽게 잠들곤 한다.
‘언젠가는 다시 깨어나지 못할 길고 긴 잠, 영원한 잠을 잘 것이니 지상에서의 잠은 줄여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가도 잠이 주는 달콤함과 휴식을 떠올리노라면 쉽게 잠을 포기할 수 없어진다. 잠이 주는 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니까 힘들 때일수록 잠은 가장 좋은 약이 되어주니까 휴가 때는 시집을 읽으리라. 성서의 시편들, 그리고 되새김 하고 싶은 시들이 들어 있는 시집 몇권을 들고 가서 친구에게 시 엽서도 한 장 쓰리라”
이해인 수녀처럼 휴가 때 하루 종일 담잠을 자도 좋으리라. 아니면 에세이집이나 시집을 사서 읽는 것도 좋으리라. 휴가 때는 멀리 가지 않아도 평소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해서 독서의 바다에 풍덩 빠지는 것도 좋으리라.
나태주 시인은 여름방학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여름방학 때 문득 찾아간 시골 초등학교/ 햇볕 따가운 운동장에 사람 그림자 없고/ 일직하는 여선생님의 풍금 소리/ 미루나무 이파리 되어 찰찰찰 하늘 오른다.”
특히 운동장 모퉁이에 있는 큰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자연이 주는 시골의 풍성함은 낭만과 감성을 자극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었다.
휴가는 일상으로부터 떠남이다. 또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연이 살아있는 ‘한적한 곳’ 은 휴식의 장소로는 제격이다.
무엇보다 휴가는 자신이 머무는 현장을 떠나야 한다. 휴가는 계속 쉬는 것이 아니다. 잠깐의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인간은 누구나 쉼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렇게 지음 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육신과 함께 영혼도 쉴 수 있어야한다. 과로는 하나님도 책임을 지지 못한다.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쉼이 필요하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쉬어야 한다. 인간은 쉬도록 창조되었다. 하나님은 인간이 복된 삶을 살도록 두 가지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일과 휴식이다. 이 두 가지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영국 극작가 J 포오드는 “휴식이 없는 노동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했다. 쉬지 않으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위험하다. 미국의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은 “너무 바빠서 도무지 쉴 때가 없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쉼에 관한 역설적인 교훈이 담긴 말이다.
휴가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남이다.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결별하자. 그리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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