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는 ‘보물선’ 일까
  • 모용복기자
돈스코이호는 ‘보물선’ 일까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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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요즘 울릉도 앞바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영토도발 때문이 아니다. ‘보물선’ 돈스코이호 얘기다.
돈스코이호(정식명칭은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1905년 5월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된 제정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수송선이다. 침몰 당시 배 안에는 지금 가치로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화와 금괴 5000여 상자(200t)가 실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배수량이 6000t이 되지 않는 군함용 배에 200t에 달하는 금괴를 싣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사학자들마저 열차를 이용하지 않고 배로 금괴를 운반하려 한 사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금괴 실체에도 불구하고 보물선을 건지기 위한 노력은 100년 이상이나 계속돼 오고 있다.
첫 시도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1916년 이후 수차례 발굴 탐사에 나섰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한국해양연구원 등이 조사에 나섰지만 일본과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발굴을 중단했으며, 1년 후 도진실업이 매장물 발굴 허가를 얻어 탐사에 나섰다 실패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은 동아건설이었다. 1999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매장물 발굴허가를 받고 울릉도 인근 해저 300~500m까지 탐사에 나섰지만 1년 6개월 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 2003년 울릉도 저동 앞바다 2km 지점 수심 400m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회사가 부도가 나자 더 이상 인양에 나서지 못한 채 2014년 발굴허가 기간이 종료되고 말았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잠자던 보물선 얘기가 다시 화제로 떠오른 것은 올해 7월이었다. 종합건설해운회사로 알려진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신일그룹은 선체 함미에 ‘DONSKOII’라고 적혀있는 함명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인양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국민 관심이 집중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보물선 테마주들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불법 투자자 모집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당초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150조원에 이른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해양수산부 발굴허가 신청 서류에는 추정가치를 12억원으로 낮춰 적는 등 보물선 실체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신일그룹 최용석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돈스코이호에 금화나 금괴는 있는지, 또 그 양은 얼마인지 현재로선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혀 보물선을 향한 기대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실 러시아 보물선은 돈스코이호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같은 러시아 제2태평양함대 소속으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공격으로 침몰한 장갑순양함 나히모프호도 군자금과 많은 양의 금괴가 실린 보물선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1979년 사사가와 료이치라는 일본선박진흥회 회장이 탐사에 나서 18일 만에 보물을 찾았다고 발표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금괴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박 속 보물은 납덩어리로 밝혀졌다.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용된 납을 금괴로 오인한 것이다. 돈스코이호도 이 배와 같은 운명의 길을 걷게 되지나 않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일그룹 회장은 간담회에서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묶음을 확인했으며, 또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걸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히모프호를 비롯한 보물선 발굴에 실패한 수많은 탐사자들이 만약 확신이 없었으면 탐사의 길에 나설 수 있었을까? 울릉도 바다 속에서 잠자고 있는 돈스코이호에 실린 상자들이 과연 동화 속 이야기처럼 황금으로 가득할지 아니면 나히모프호처럼 납이나 그릇 등의 생활집기로 채워져 있을지, 또는 빈 상자들일지는 이제 배의 실체가 확인된 이상 머잖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금이라고 해도 그것이 온전히 발견자의 개인 소유가 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현행법은 바닷속 매장물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해서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해 오면 외교적으로 골치 아픈 복잡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어딘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황금 덩어리를 발견하는 꿈은 인류의 오랜 로망이다.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동화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물을 찾는 모험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통상적으로 보물을 찾는 사람은 남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작업을 진행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신일그룹은 무슨 이유에선지 돈스코이호를 인양도 하기 전에 온통 홍보에 혈안이었다. 배 안에 든 보물을 모든 국민들과 공평하게 나눌 심산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혹시 보물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울릉도 앞바다 수백 미터 아래에서 100여년 이상 외부인의 방문을 거부한 채 침잠(沈潛)해 있는 돈스코이호. 이 배 속에는 우리 근대사의 아픔도 고스란히 잠들어 있다. 망국(亡國)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두고두고 후세에 교훈으로 삼을 만한 살아있는 역사적 증거다. 보물선이든 아니든 반드시 인양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더이상 수수방관만 할 일이 아니다. 돈스코이호를 국가적인 유물로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보물선은 어쩌면 황금에 눈 먼 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지도 모른다. 비록 돈스코이호에 빈 상자만 가득 실렸다 해도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겐 150조보다 더 가치 있는 사료(史料)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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