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지막 15분과 인생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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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마지막 15분과 인생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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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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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이번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는 갑자기 축구 보는 재미가 붙어서, 우리나라가 편성된 예선조부터 시작해서 결승까지 모두 보았습니다. 역시 축구는 골 들어가는 게 재미입니다. 그런데, 어느 시간대에 골이 제일 많이 터질까요? 데이터로 확인해보시죠.
1930년부터 2010년까지 772번의 월드컵 경기를 15분 단위로 나누어서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총 2208골이 터졌는데 931골이 전반에, 1175골이 후반에, 그리고 연장전에 102골이 터졌습니다. 전반에 비해 후반전에 244골이, 즉 11%가 더 많이 들어갔습니다. 골이 가장 많이 들어간 시간대를 보면 후반 ‘마지막 15분’입니다. 무려 433골이 터졌는데, 연장전 골을 제외할 경우 전·후반 골의 21%가 후반전 마지막 15분에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전반 15분은 300골로 전·후반 골의 14%에 불과합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이런 경향이 심해집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총 171골 중 마지막 15분에 들어간 골이 43골로 전체의 25%를 차지합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25%,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 값이 무려 31%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전반 15분 동안 들어간 골은 14개로 후반 30분 이후에 들어간 35골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축구는 후반에 골이 터지니 유의해야 합니다. 후반전에는 체력 차이가 주요 요인이라고 합니다. 체력이 있을 때는 열심히 뛰어 다니면서 실력이 뒤지는 것을 만회해보려 하지만 후반전에도 이렇게 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체력이 떨어지면 수비도 느슨해지고 실수도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후반의 골이 무서운 이유는 후반 끝날 쯤에 먹은 골은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에서 두 골 앞선 프랑스가 마지막 15분 동안 수비에 주력하며 골을 지킨 것을 보십시오.
인생도 후반이 중요합니다. 인생후반에는 소득을 창출하는 힘이 떨어집니다. 반면에 인생후반에 모아 둔 재산을 위협하는 일은 많이 발생합니다. 건강이나 가족 관계 등 삶의 질을 낮추는 일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좋지 않은 사건이 터지면 만회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생 전반을 잘 살았다고 해서 마음 놓을 수도 없습니다. 축구와 꼭 마찬가지입니다.
50대에 최고 기업의 임원까지 하고 나와 노후는 보장되었다고 생각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규모로 음식점을 했다가 실패하고 자녀 유학 비용에 많은 돈을 지출하다 보니 70대가 되기도 전에 돈이 바닥나버렸습니다. 이제는 젊을 때처럼 일을 해서 돈을 회복할 수도 없습니다. 후반 44분에 골이 들어가듯 돌이킬 수 없는 인생반전입니다.

이런 소설 같은 기사를 본 적도 있습니다. 자동차가 엉망이 된 채로 버려져 있길래 차 주인을 찾아 보니 허름한 사글세 방에 사는 노인이었습니다. 나이 들어 차 하나 끌고 집을 나와서 아파트 경비나 일용직 일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 돈도 못 벌고 있었습니다. 왜 집을 나왔나 봤더니, 교장으로 퇴직하고 잘 살았는데 어느 날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아내와 관계도 안 좋아지고 볼 면목도 없고 해서 가출을 했다는 것입니다. 금융사기 하나가 노후의 삶을 다른 길로 빠지게 한 셈입니다.
제 주변에도 종종 있습니다. 장인이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은퇴를 했는데, 공부를 아주 잘한 딸이 유학을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유학 자금 마련하려고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있던 노후 자금까지 까먹고 이제 사위들이 용돈을 매번 드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인생 후반에는 예상치 않게 골을 먹을 일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재산손실도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들이 다섯 가지 있습니다. 성인자녀, 금융사기, 은퇴창업, 중대질병, 황혼이혼입니다. 이른바 ‘인생후반 5대 리스크’입니다. 성인자녀 리스크는 다 큰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의 집에서 생활비를 축내거나 과중한 결혼비용에 노후 자금이 나가는 경우입니다.
금융사기도 의외로 많이 당합니다. 금융사기는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속았다는 자괴감에 스스로를 힐책하거나 가족관계까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은퇴후에 창업은 충분한 준비와 전문성 없이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노후와 질병은 한 쌍입니다. 그래서 노후에는 밥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말을 합니다. 중대한 질병으로 입을 재산상 손실에 대비해야 합니다. 황혼이혼은 1인 가구를 낳고 고독사를 부릅니다. 황혼이혼을 하면 아내 나가고, 자식 나가고, 재산 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위의 다섯 가지 리스크의 발생빈도를 추정해보았습니다. 의외로 높습니다. 성인자녀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55%, 금융사기 6%, 은퇴창업실패 19%, 중대질병 24%, 그리고 황혼이혼 3%였습니다. 빈도수와 달리 발생했을 경우의 자산손실과 생활비 감소 정도는 황혼이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지금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인생 후반전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인생후반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후반 5분을 남기고 먹는 골은 난감할 따름입니다. 경제적 체력이 소진되는 인생 후반에 자산 늘리기뿐 아니라 5대 리스크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잃지 않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은 위의 다섯 가지 리스크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노후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한 번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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