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맥주시장의 맹주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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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맥주시장의 맹주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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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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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올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벨기에 팀이 선전했다. 브라질을 2:1로 눌렀다.
 준결승에서 우승팀 프랑스에 1:0으로 졌지만 3-4위전에서 잉글랜드를 2:0으로 꺾고 3위에 올랐다.
 FIFA 랭킹도 독일, 브라질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1830년에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이 작은 나라는 인구가 1100만을 조금 넘고 1인당 GDP가 5만 달러 정도 된다. 그리고 약 30개의 대학이 있다. ‘조용히’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런데 벨기에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들 살까.
 일단 벨기에 하면 와플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스타일의 와플이 벨기에에서 유래했다.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이 가장 유명하고 미국에서는 딸기와 백색 파우더 설탕을 곁들인 브뤼셀 와플을 아예 벨기에 와플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와 로마조차 구별 못 하는 미국인들이 많은데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벨기에와 브뤼셀은 더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수 없이 그런 이름을 붙였다.
 놀랍게도 이 작은 나라 벨기에는 세계 최대의 맥주 제조국이다.
 맥주는 지구 상에서 차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음료다.
  커피는 3위다. 맥주 소비 1, 2위는 물론 중국과 미국이고 우리나라는 17위인데 벨기에는 30위에도 들지 못한다. 그런데도 1위 생산국이다.
 루벵에 본사를 둔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가 벨기에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역사는 1366년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 열두 번의 대형 M&A를 거쳐 오늘날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거의 30%다. 작년 매출이 약 60조 원이고 무려 20만 명을 고용한다.
 2008년에 인베브가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했을 때 미국이 떠들썩했다. 적대적 M&A였다.
 안호이저-부시는 미국의 대표 브랜드 버드와이저 제조사일 뿐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주다, 버드와이저 브랜드에, 많은 미국인들에게 종교와 같다는 야구까지 벨기에에 넘어가게 되자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미국에는 외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때는 대통령이 금지할 수 있는 법이 있다.
 엑슨-플로리오법이다. 그런데 맥주회사가 벨기에에 넘어가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와는 별 관련이 없어서 오바마 대통령은 나서지는 못하고 은근히 반대하는 느낌의 말을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 찬성하자 상황은 바로 종결되었다.
 버드와이저를 인수해서 AB InBev가 된 이 회사는 2015년에 영국의 SAB밀러를 인수하게 된다. SAB밀러는 2002년에 영국의 SAB가 미국의 밀러를 인수해서 탄생했던 세계 2위의 맥주회사였다.
 이 M&A는 인수 금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인 약 140조 원으로 2010년대 가장 큰 M&A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 거래로 세계 맥주시장은 5강에서 4강으로 재편되었다. 다른 회사들은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덴마크의 칼스버그, 그리고 중국의 설화(스노우)다. 이 4개사가 글로벌 시장의 거의 50%를 점유한다.  
 맥주가 전통문화의 일부라고까지 하는 독일에 대형 맥주제조사가 없는 이유는 엄격한 규제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신성로마제국 시대부터 내려오는 엄격한 순도규제(Reinheitsgebot)가 있다.
 여기에 맞지 않으면 ‘맥주’라고 이름을 붙여서 팔지 못하게 한다.
 이 규제가독일 내 소형회사의 성장에 장애가 되었고 벨기에와 미국 스타일의 맥주가 세계적으로 득세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 문제로 독일은 프랑스와 소송까지 벌여 패소했는데 국내에서는 계속 규제를 하고 있다. 
 맥주는 그 역사가 기원전 1만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술이다.
 맥주는 음료인 동시에 인류 영양소의 공급원이어서 고고학자들은 맥주가 인류 문명의 발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알콜은 덤이다. 맥주는 긴장을 푸는 술이기도 하다. 특히 서구에서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가장 크게 윤활유 역할을 한다. 유네스코는 2016년에 벨기에 맥주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추가하기까지 했다.
 요즘 폭염이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차가운 맥주 하나로 기운을 차리고 한여름을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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