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로부터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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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부터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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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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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사람들에게 은퇴자산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연금, 건강, 관계, 아내라고 대답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정작 가까이 있는 소중한 자산은 깜빡 잊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나’라는 인적 자산은 돈을 벌기도 하고 반대로 아프면 많이 쓰기도 합니다. 노후에 나를 오래오래 잘 활용해서 소득을 창출하고 비용을 줄인다면 이보다 좋은 은퇴설계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몇 년 전에 사업을 정리하고 6억원을 예금에 두었더니 월 100만원 정도가 나오던데, 어디 가서 강의를 했더니 100만원을 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해서 월 100만원 버는 사람은 예금 6억원을 가진 사람과 같은 셈입니다. 노후의 일은 의외로 경제적 효과가 큽니다. 그분은 일의 가치가 이렇게 높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은퇴자들에게 가장 경쟁률이 높은 직종이 아파트 경비원이라고 합니다.
일을 하면 비경제적인 효과도 같이 따라 옵니다. 건강이 좋아지고 관계망이 넓어집니다. 그냥 이 사람 저 사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 것은 생뚱맞지만, 일을 매개로 해서 만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관계망이 탄탄하면 노후 우울증도 줄어듭니다. 일을 하면 죽음에 대한 생각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후의 휴식도 중요하지만 일하고 바쁠 때에 갖는 휴식은 더 달콤합니다. 계속되는 휴식은 지루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일을 하는 ‘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나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젊을 때 학교에 다니면서 나를 교육시킨 것처럼 노후에 도 배우러 다녀야 합니다. 나이 많다고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빠른 때입니다. 노후 대비 저축도 좋지만 돈의 일부는 나에게 투자하십시오. 주 52시간 근무시대를 맞아 여유시간을 나에게 재투자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요즘 독서실에 40~50대가 자격증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눈여겨볼 만한 변화입니다.

둘째, 나에게 투자하되 특기를 하나 만들면 좋습니다. 내가 평생 하던 직업에서 발전시켜도 되며, 방향을 완전히 바꿔서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됩니다. 이것 저것 취미처럼 하는 아마추어보다는 어느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프로페셔널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100m 세계 신기록은 9초 86인데 한국 신기록은 10초 07로 불과 0.21초 차이입니다. 이번 7월에 영국에서 ‘디 오픈(The Open)’ 골프 대회가 열렸습니다. 나흘 동안 경기하면서 친 타수를 보면, 1등이 276타, 2등이 278타(4명), 6등이 279타(3명), 9등이 280타(3명)입니다. 1등과 9등이 정규타수 284타에서 4타 차이 납니다. 나흘 동안 1등에 비해 1.44%를 더 쳐서 9등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입니다. 장수시대는 인생을 하나 더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만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는데, 60세에 은퇴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10만 시간이나 됩니다. 길게 보셔야 합니다.
셋째, 새로운 일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대부분 과거에 해왔던 것에서 확장해서 일을 합니다. 축구선수가 코치가 되듯이 사업가는 사업 컨설턴트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찾기 힘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절대 조바심을 내면 안 됩니다. 처음 하는 일이 당장 좋아지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젊을 때 한 일을 생각해보십시오. 처음부터 천직처럼 좋아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하면서 익숙해지고 좋아지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젊을 때는 오래 걸리는 걸 당연히 여기면서 나이 들어서는 빨리 전문가가 안 된다고 애태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망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매진하는 게 필요합니다.
넷째, 사회공헌 일도 좋습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다른 많은 것을 얻습니다. 사회의 관계 속에 나를 계속 둘 수 있습니다. 사회공헌 일을 하려면 퇴직하고 나서 어느 날 그 조직으로 낙하산처럼 찾아가는 것보다 퇴직 전부터 관계를 형성해놓는 게 좋습니다. 비영리조직이라고 하니 고령자들이 모여 있을 거라는 선입관이 있습니다만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나도 이제 한번 해볼까?’하는 태도는 이들에게 좀 곤혹스럽습니다. 퇴직 몇 년 전부터 자신이 활동할 조직을 조사해보고 주말에 틈 날 때 관여하는 게 좋습니다. 일이 없어 찾아 왔다는 것보다 직장에 있을 때 왔다는 게 좋은 인상을 줍니다.
얼마 전에 생애설계 관련한 일을 하는 분을 만났는데 몸이 아널드 슈워제네거였습니다. 보디빌딩을 25년 동안 했고 시합에도 나갔다고 합니다. 이분처럼 취미라 할지라도 한 방향으로 목적성을 갖고 천착하는 게 좋습니다. 진지한 취미를 가지신 거죠. 이분은 노후에 다른 사람이 따라 올 수 없는 경쟁우위를 확보했습니다. 50세가 된 사람이 지금 시작한다고 하면 75세가 되어서야 25년 운동한 셈이 되니까요. 이런 걸 일컬어 경쟁자를 막는 해자(垓子)를 쳤다고 합니다.
노후 삶의 구조를 짤 때는 재테크에 앞서 ‘나’라는 은퇴자산을 들여다보고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은퇴는 현대 산업사회의 산물일 따름입니다. 이제 정보화사회로 가는 시점에서 과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인생의 활동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퇴직은 굼벵이가 매미가 되듯이 과정일 따름입니다. 여러분에게 투자하셔서 은퇴로부터 은퇴하시기를 바랍니다. 불가(佛家)에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처나 조사라는 권위에 눌려 미망에 빠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은퇴를 만나면 은퇴를 죽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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