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식 '은산분리' 완화 안돼
  • 경북도민일보
밀어붙이기식 '은산분리' 완화 안돼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8.0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완화를 하자는 ‘은산분리’ 완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여당은 혁신 성장과 고용 촉진 명분 아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은산분리 완화 공약으로 반대해왔고, 민주당도 반대 입장이었다.
 은산분리 완화 찬성 측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이자와 수수료 경감으로 국민의 금융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IT 기업이 은행 경영에 참여해서 혁신과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신산업분야의 금융조달 능력 제고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EU 등의 경우 대체로 은산분리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특별한 규제 완화를 하고 있지 않다.
 은산분리 완화 반대 측은 은산분리 원칙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핀테크나 금융기술혁신은 은산분리와 무관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일자리 창출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며 오히려 창구 수 감소로 기존 일자리의 상당수 감소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재벌의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장차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이처럼 경제력 집중 관점에서 은산분리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동양그룹 사태는 재벌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동양그룹은 수익성 악화와 열악한 재무상태로 인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CP(기업어음)로 자금을 조달해 계열사의  주식·회사채를 매입해 지원했고, 동양자산운용은 자사 펀드 40여 개에 동양그룹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법이 허용하는 선까지 사들였다.
 특히 동양증권이 다른 증권사를 거래 중간에 끼우는 방법으로 법망을 우회해 판매한 그룹 계열사의 CP와 채권 1.7조원을 구입한 개인투자자가 약 5만명에 달했다.
 재벌 금융계열사가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매개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동양증권이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었다면, 동양그룹 사태는 특정 재벌의 몰락에서 끝나지 않고 금융 및 경제위기를 야기했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은산분리는 동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특례법안 등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치권이 동전의 한 면만 보고 무조건식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양면을 모두 보고 최적의 대안을 찾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