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가 그리워지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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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가 그리워지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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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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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70·80 세대라면 트럼펫하면 생각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방송국에서 시작해서 현재 EBS에서 이어받아 방송되는 대한민국 최장수 프로그램인 ‘장학퀴즈’이다. 장학퀴즈하면 그냥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음악, 바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이다. 이미 장년층에게는 추억이 된 장학퀴즈, 전국의 명문 고등학교 우수학생들이 학교 및 지역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참가했었던 청소년들의 유일한 TV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청소년인재의 발굴이 TV프로그램에서 이루어졌고 하이든 프럼펫협주곡은 그들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는 힘찬 팡파르와 같았다. 
 
 △ 역사상 최초의 트럼펫 작품,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
 하이든이 살던 당시의 트럼펫은 오늘날의 벨브피스톤의 조절로 음정을 만들어내는 과학적인 악기가 아니라 날숨만으로 불어 바람세기 변화로만 음정을 만들어내는 원시적인 악기였다. 이런 악기의 제한적인 메커니즘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오늘날 트럼펫의 형태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은 하이든의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 ‘바이딩거’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트럼펫은 반음계를 자유롭게 소리 낼 수 없는 악기의 구조라서 여러 가지 표현의 제약이 많았다. 다른 악기에 비해 서둘러 성능의 개선이 필요했던 트럼펫은 ‘바이딩거’의 수십 년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완전한 트럼펫의 원조가 될 수 있었다.
 새로운 트럼펫의 개발이후 ‘바이딩거’는 하이든에게 자신의 새로운 악기 트럼펫이 ‘악기’가 되어 청중들 앞에서 연주될 수 있도록 트럼펫협주곡을 의뢰했고 하이든은 새로운 악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트럼펫협주곡을 작곡했다. 그러므로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은 음악 역사에 있어 사실상 최초의 트럼펫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하이든의 유일한 금관악기 협주곡이자 트럼펫 협주곡이다. 작곡된 그의 협주곡 중 제일 마지막으로 작곡되어진 작품이기도하다. 동시대 작곡가들이 다양한 소리를 내지 못해 천대 받았던 던 트럼펫이라는 악기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협주곡을 만들어 여러 가지 악기발전에 견인 역할을 한 악기발전의 큰 공로가 있다. 오늘날 ‘훔멜’의 트럼펫협주곡과 더불어 트럼펫 협주곡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된다.
 
 △ 따뜻한 ‘우정’이 하이든 음악의 본질
 하이든의 음악은 감상하노라면 그의 음악 대부분은 온도계로 측정하자면 ‘따뜻하다’고 평하고 싶다. 하이든의 음악은 독선적이거나 이기적인 소리가 아니라 듣는 이의 심장소리와 협연을 해도 아름다울 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하이든은 한마디로 들으면 들을수록 절친을 만나는 기쁨의 감동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필자는 하이든의 음악을 한마디로 ‘우정’이라고 별명을 붙일 수 있다. 하이든이 작곡을 했던 원초적인 동기가 바로 악기 연주가 친구들의 연주를 세상에서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기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트럼펫 협주곡 역시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빈 궁정악단의 트럼펫 연주자 ‘안톤 바이딩거’를 위해 작곡을 했다. 사실 이 작품을 쓸 당시 하이든의 나이는 이미 64세의 국가 최고의 원로 음악가로 ‘파파 하이든’이라는 별칭아래 존경을 받아온 터라 굳이 불완전한 악기형태의 트럼펫 작곡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하이든이 이 곡을 쓸 1796년 당시 하이든은 이미 64세의 원로급 작곡가로서 널리 존경받으며 국제적인 명성까지 누리고 있었을 때여서 굳이 이제껏 써본 적 없는 트럼펫 협주곡을 쓸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작곡 실력을 세상에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의 악기 연주가 더 찬란해지고 더 큰 박수갈채를 받게 하기 위해 친구들 한명 한명을 위해 맞춤형 작곡을 했던 것이다. 내가 아닌 친구들이 더 유명해지길 바랐던 하이든의 ‘우정’이 그의 음악을 영원불멸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오래된 옛 친구가 그리울 때,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가 그리울 때, 친구간 오해가 생겨 마음이 아플 때, 홀로 있어 외로움을 느낄 때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전장에서 전우의 장례를 치를 때 종종 연주가 되기도 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회 같은 큰 파티 행사의 팡파르 음악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장학퀴즈’에서 이 곡을 주제곡으로 선정한 것도 바로 학창시절 고교생들의 ‘우정’의 가치를 중요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가끔 헷갈리는 것이, 사랑보다는 우정? 우정보다는 사랑? 그만큼 우정은 우리 삶에 있어 진한 육수와 같은 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이든은 그런 음악을 우리 가슴에 선물하고 있다.
 
 △ 오래된 친구처럼 별다른 해석 없이 편안히 들을 수 있는 트럼펫협주곡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는 3악장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이면서도 간결한 독주 협주곡인데 이 곡의 특징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1악장은 바이올린이 첫 번째 주제를 제시하고 잠시 후 관현악이 그것을 힘차게 이어받아 음악은 전개된다. 전형적인 소나타형식의 음악을 듣게 되는데 악장의 서두에 등장하는 두 개의 주제 선율은 여러 차례 반복하는데, 계속 감상하다보면 고전음악의 특징인 소나타형식을 느낄 수 있다.
 2악장은 Andante 연주가 느린 악장이다. 대부분 협주곡의 2악장은 느리다. 이 작품 또한 전형적인 고전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현악기들은 시칠리아 풍의 춤곡을 주제로 우아하게 연주되며 전통음악의 선율은 곧바로 트럼펫이 이어받아 연주한다. 그렇게 트럼펫과 관현악이 마치 친구 둘이서 서로 다정히 대화하듯이 연주하다가 마지막부분은 해질 무렵 아름다운 황혼처럼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3악장은 Finale - Allegro, Rondo, Eb장조 2/4박자인 전형적인 소나타형식이다. 3악장은 설명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전 국민이 잘 아는 음악 ‘장학퀴즈’ 시그널 음악이다. 처음부터 나오는 현악기의 멜로디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그냥 장학퀴즈음악이다.
 먼저 3성부의 현악기가 주제를 연주한다. 제2주제가 제시되고 곧바로 독주 트럼펫이 제1주제를 연주한다. 발전부는 오케스트라와 독주악기가 교대로 주제를 연주한다. 재현부는 제2주제가 으뜸조로 등장하며, 곧이어 제1주제가 나타나면서 마지막을 힘차게 장식한다.
 음악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하이든은 ‘우정’이라는 기분 좋은 소리의 마법을 부리고 있다. 하이든을 감상하면서 좋아했던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그 중에 혹시라도 먼저 세상을 떠난 분이 있고, 그 친구와 즐거웠던 추억이 하이든의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그리움’이 쌓이노라면 내가 태어난 삶의 이유를 순간 깨달을 수도 있으리라. ‘우정’ 그것은 나의 우주를 너무나 행복하게 채색했고, 나의 삶을 아름답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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