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앞서 민간교류 정부통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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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앞서 민간교류 정부통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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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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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최근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웬만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북한과의 또는 북한에서의 사업기회를 찾느라 분주하다.
남북경협이란 이름이 들어간 행사에는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마치 당첨만 되면 로또라고 생각하면서 너나없이 덤벼드는 인기 아파트 청약 인파를 연상시킨다.
정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내놓고 반기고 지지한다. 정부에서는 남북경협으로 인한 기대효과가 향후 30년간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어떤 근거에서 나온 계산인지 모르나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과 북이 경제교류를 통해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주장이다. 바로 통일대박론이다. 전 정부 탄핵으로 탄생해 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을 최고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에서 전 정부의 인기 브랜드인 통일대박론을 그대로 받아서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이 아이러니컬하다.
사실 조금씩 식어가는 통일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반전시키는데 경협보다 확실한 담론은 없어 보인다.
대다수 국민이 입금 베이스로 움직이는 대한민국에서 통일하면 국민들 통장 잔고가 엄청 높아진다고 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또 실제로 남과 북이 상생하는 경제교류가 바람직하고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구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또한 대통령과 주요 정부 인사들의 발언들, 국책연구기관들의 보고서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현 정부가 남북경협에 그토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이유를 읽을 수 있다. 바로 대한민국 운전자론이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경협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의중과 판단을 대신해 비핵화 협상의 방향과 속도를 좌지우지할 수 없고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제재해제도 미국과 유엔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있음을 인정할 때 남북간의 경협이 매력적인 카드라고 판단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 연달아 열리며 마치 내일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았던 올 봄에서 불과 몇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사뭇 달라진 듯하다.
남북경협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해지고 구체화되면 될수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판을 키우기는커녕 찬물을 붓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놓고 있다.
답답한 우리 정부는 더욱 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해 보지만 적지 않은 이들의 눈에는 왠지 스텝이 더 꼬일 뿐으로 보인다. 능수능란하게 차를 이끄는 운전자라기보다 뒷자리에 탄 사람을 불안불한하게 만드는 운전자처럼 보인다.
왜일까? 현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우고 국제적으로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협에 올인하는 모습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첫째, 남북경협 대박론 자체의 비현실성이다. 남북경협은 오늘날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해결할 구원투수가 절대 될 수 없다. 남북경협이 사양길에 접어든 굴뚝산업의 부활과 높이 싸여만 있던 재고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은 허상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려오는 북한의 속마음은 대한민국을 최우선 경협대상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
우리의 기술과 가격이 최고의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 같은 핏줄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에게 손을 내밀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네들은 그저 웃고 있다. 또한 소위 북한판 마셜플랜을 실현하기에는 현 제재 국면의 제약이 너무 엄중하다. 
둘째, 현 국제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대한민국 운전자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의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실현해 나가면서 전체 판세에 의미 있는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엄중한 제재 상황에서 과연 남북간 경협이 국제사회가 환영하고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일까?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되면 북한의 시장, 노동력, 지하자원, 지리적 입지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주변국이 있을까? 그럼에도 다들 비핵화라는 무시할 수 없는 명분 때문에 참고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만 먼저 열매를 따먹겠다고 하는데 그 누가 잘 된 일이라고 박수만 치고 있단 말인가?
그럼 어떤 대안이 있는가?
이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국제사회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레버리지를 찾아야 한다.
바로 전폭적인 민간교류이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서로 이익을 주고받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특수관계자이고 이를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학술 문화 사회 각 영역 간 민간교류를 통해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질서 속으로 이끌겠다는데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도다리에서 통역도 없이 마주 앉아 허심탄회한 애기를 나눈 장면은 대한민국이 한반도 운명을 이끄는 명장면이었다.
이제는 그 명장면을 민간 영역에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하루빨리 남북교류의 무게중심을 민간영역으로 넘겨야 한다.
특히 과거 체제경쟁에서 비롯된 남북접촉 허가제를 하루빨리 신고제로 바꾸어야 한다. 수많은 민간영역의 교류를 정부가 통제 관리하겠다는 의도는 나쁜 규제의 전형이고 국가주의의 폐해이다.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목적이 아니라 다리(橋)이기 때문에 위대하다. 남북경협이 위대한 이유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로 향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경협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기에는 물살이 너무 세 보이고 물 위에 놓인 돌들이 뛰어 넘기에 너무 멀어 보인다. 그래도 무턱대로 넘어가려고 하면 물에 빠져 버리고 말 확률이 매우 크다. 더 늦기 전에 수단이 목적이 되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운전자 역할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협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을 때까지 아니 잘 건너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민간교류의 전폭적 확대라는 새로운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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